[사설] 고액체납자 숨긴 재산도 강제환수해야
입력 2013-11-29 18:23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세금 체납자 명단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이자 이인희 고문의 둘째아들인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을 비롯,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 등 개인 1662명과 기업 936곳은 5억원 이상 세금을 1년 넘게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유리알 지갑’ 월급생활자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재력가들이 재산을 꽁꽁 숨겨놓고 호화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안 내고 버티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국세 715억원을 체납한 조 전 부회장의 수법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지난 9월 서울시 세금징수과 직원들이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해 조 전 부회장의 집을 방문했을 때 가구나 집기가 거의 없었지만 옆집과 연결된 문을 여니 옷이 가득한 옷장과 현금이 보관된 금고가 나왔다고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옆집을 부인 명의로 해놓고 본인의 집과 사실상 한 채처럼 써온 것이다. 국세 1073억원과 지방세 37억원을 십수 년째 안 내고 버티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집에서도 현금 1700만원과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 귀금속이 쏟아져 나왔었다. 고액 체납자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1만6100명, 체납 금액은 27조원에 달한다.
납세는 모든 국민의 의무다. 국세청은 2004년부터 고액 체납자 명단을 홈페이지와 관보 등에 공개하고 있지만 징수 효과가 크지 않다. 체납액 징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일간신문이나 공항, 항만 등에 체납자 명단을 공개해 출국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민간 채권 추심업체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이달 초 추징금을 안 낼 경우 가족이나 제삼자 명의로 숨겨놓은 재산을 강제 환수할 수 있는 ‘김우중 추징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체납 세금이나 과태료도 관련 법을 개정해 강제 환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