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시대 태동] 외국 자본 카지노 유치… 국부유출 논란
입력 2013-11-30 04:03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외국계 자본의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투자에 따른 신규 허가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IR의 핵심인 카지노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카지노가 중독성 있는 사행산업이라는 주장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외국인 전용 카지노 기반의 IR이 주변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관광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한국형 IR은 한류 현상의 지속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가 관건=국내에서 IR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도에 IR 건립을 추진 중인 외국자본 업체들은 결국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Open Casino) 허가권 선점 효과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송학준 배재대 교수는 28일 ㈔서비스사이언스학회 등 주최로 하나투어 본사에서 ‘복합리조트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관광세미나에서 “복합리조트라는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강조했다.
복합리조트란 카지노를 기반으로 호텔·컨벤션·전시시설·공연장·쇼핑시설·테마파크·박물관·레포츠시설 등 다양한 유흥시설 또는 공익적 시설 등이 포함된 여가·유흥시설을 말한다.
송 교수는 “투자금액 10억 달러 이상, 테이블 100대, 머신 300대 이상, 숙박시설 1000실 이상 등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현실성 없는 복합리조트 개발 계획은 해당 지역에 대한 땅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는 데 있어 투자비용의 상승을 가져와 복합리조트의 국내외 경쟁력 강화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복합리조트의 수용력과 국내외 기업의 투자방안’에 대해 발표한 장병권 호원대 교수는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 코리아), 일본 오카다홀딩스의 자회사인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미국 PNC 파이낸셜그룹 등이 영종도에서 IR 사업을 모색 중”이라며 “일부는 초기 카지노와 호텔에만 투자하는 등 국내 진출의 선점 효과를 거둔 뒤 오픈 카지노를 겨냥한 영업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장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유치와 조기 투자환수는 장기적으로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과잉 혜택과 조기 투자환수에 따른 재투자 기피 현상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회사들도 카지노 입찰에 참여했지만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됐다”며 “미국 샌즈그룹은 투자한 6조원을 5년 만에 회수했고, 한국에서도 내국인 출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즈의 경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MBS)리조트를 통해 회수한 자금으로 싱가포르가 아닌 마카오, 스페인 등 제3국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도 “해외자본의 무분별한 도입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한국형 복합리조트 도입을 위한 투자에서 국내자본과 해외자본 간 차별성이 없도록 해 국내의 많은 유휴자본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교수는 또 “해외자본의 무분별한 도입보다는 해외자본과 국내자본과의 동등한 경쟁유도, 국내자본과의 컨소시엄 형성, 운영 등에서 국내 기업 참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전심사제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장 교수는 “사전심사 대상 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 규정이 비현실적이며, 기본적인 도입시설이 업체의 관점에서 추진돼 MICE 등 관련시설의 연계 개발을 모색하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대상 기업을 외국 기업에 한정, 국내 기업이 배제된 것도 국부유출 논란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외자 카지노 업체들이 현행법상 사전심사제를 통해 재응모할 경우 이를 통제할 장치가 현실적으로 없다”며 “주도면밀한 카지노 허가정책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부작용 최소화해야=국내 최대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그룹도 2017년까지 인천 운서동 인천공항국제업무단지(IBC-Ⅰ)에 1조9000억원을 들여 축구장 47개 규모의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 시티’를 세울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국제업무단지 내 하얏트호텔에서 이미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인 리포&시저스의 복합리조트 조성을 위한 사전허가 신청은 올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신용등급 문제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상태다. 문화부는 리포&시저스가 카지노 허가에만 관심이 있고 복합리조트 개발에 대한 청사진 제시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포&시저스는 오는 12월 자본금을 늘려 재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카지노사업을 핵심으로 한 복합리조트가 경제유발효과가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신규 허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카지노 사업은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지역 도시개발과 연계되지 않을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이유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강원랜드에서 도박중독 치료·예방을 위해 상담을 받은 인원도 설립 13년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자살자는 최근 6년간 48명에 달한다. 카지노 사업의 부정적인 단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포&시저스가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사업을 허용할 경우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카지노 신규 허가 요구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허가보다는 전국 주요 지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파라다이스와 같은 방식으로 복합리조트로 확대하는 시도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이용객 중국인이 가장 많아=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조2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집계 결과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서울 3곳, 부산 2곳, 인천 1곳, 강원 1곳, 대구 1곳, 제주 8곳 등 모두 16곳이 운영되고 있다.
국적별 이용자 수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10명 중 7명꼴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인은 97만1000명, 일본인은 78만6000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73.7%였다. 중국인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인 이용객 규모를 앞질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