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치참여 바람직한가] 기독교계 ‘정교 분리’ 싸고 논란

입력 2013-11-29 17:08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일부 신부들의 시국미사를 둘러싸고 종교계의 정치참여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독교계 역시 보수, 진보가 시국선언 등을 발표하면서 정치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문자적 의미의 ‘정교분리’는 깨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불교 조계종 승려들까지 시국선언에 나서면서 종교와 정치참여 논쟁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한국교회 정치참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무엇일까.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종교와 정치의 야합도 치명적이지만 정당한 정부에 대한 종교계의 대항도 옳지 않다”며 “이는 종교와 정부를 함께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종교계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하며 폭정과 독재에 대해 항거할 수 있는 것은 권리이며 의무”라고 말했다.

장신대 김명용 총장도 앞서 지난 25일 한 강연에서 “교회는 권력 지향적이거나 정치 중립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섬김과 대화로 민주주의를 구현하면서 동시에 불의를 비판하는 역할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총신대 이상원 교수는 2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성직자들은 현안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교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회는 예배 공동체의 임무를 충실히 감당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를 바람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의 정치참여는 공교회나 목회자의 직접 참여는 거부하되 크리스천 개인은 허용하고 있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는 “기독단체 등 ‘교회 밖 선교단체’로 불리는 파라처치(Para Church)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공교회가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거부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교회의 정치참여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구 사회는 교회와 국가의 관계 정립에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해 왔다. 영국과 미국은 정치와 종교를 구분했다. 영미의 정치에는 특정 종교를 직접 내세우는 정당은 없다. 반면 유럽과 남미는 100개가 넘는 기독교 정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추구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정교분리가 무너졌다. 미국은 정교분리를 헌법에 명시했지만 개신교회와의 관계는 늘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을 부각하면서 국내외 정책을 추진해 거센 반발을 샀다.

정교분리 이슈가 나올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성경 구절은 마태복음 22장 15∼21절 말씀이다. ‘가이사(로마 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께서 성전을 청소하고 권위에 대한 논란이 있던 상황에서 예수를 올무에 빠뜨리기 위해 바리새인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예수님은 당시 로마의 인두세에 대한 불만을 품었던 열심당원들에 반대하면서도 가이사와 하나님께 대한 충성이 상반되지 않음을 암시했다. 신학자들은 그러나 두 충성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씀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교회의 정치참여는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 견해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교회의 정치참여가 분열과 반목으로 쪼개진 현 한국적 상황에서는 또 하나의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교계 원로들이 일방적 비판보다는 포용적 자세가 절실하다고 제안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는 “국가의 평화를 위해 교계가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