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추운 계절을 맞으며
입력 2013-11-29 17:23
11월 말은 아직 늦은 가을이어야 함에도 요즘 분명 날씨가 시대를 따라 급격한 변화를 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극단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엔 극도로 덥더니 추위도 빨라지고 많이 추울 전망이란다. 그 추위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 옛날 의과대학 시절 추위가 시작되면 고혈압 환자들에게 주의를 요청하는 메시지들이 공적 사적 통로를 통해 전해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 그 당시 갑자기 추워진 날 이른 아침 밖에 있는 수돗가에서 세수하다 쓰러져 실려오는 환자가 많았었다. 고혈압을 오래 앓아 오신 분은 분명 추워지는 계절에 보온을 위해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지키기 위해 피부 근처의 모든 혈관을 닫는다. 당연히 같은 양의 혈액이 담길 그릇이 작아진다.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오랜 기간 고혈압을 앓아 오신 분들은 혈관이 일부 막혀 있을 수 있고 약해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상승되는 혈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동맥류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상적으로는 조물주께서 웬만한 높은 혈압에 충분히 견딜 수 있게 혈관을 튼튼하게 지어놓으셨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혈압에 대해 살펴보면 흔히 우리는 정상 혈압을 120/80이라고 한다. 120은 심장 수축기 혈압이고, 80은 이완기 혈압이라는 정도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신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의 상태를 반영하고 이완기 혈압은 혈관 상태를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120이란 수치의 정확한 의미는 수은을 120㎜ 쏘아 올릴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즉 수은주를 12㎝ 쏘아 올릴 수 있는 힘이니 혈액으로 환산하면 (수은의 밀도 13.5) 약 1.6m를 쏘아 올릴 수 있는 힘인 셈이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의 심장이 수축할 때 공중을 향해 혈액이 1.6m 이상 분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사람의 심장에서 머리끝까지의 거리가 50㎝ 전후임을 고려하면 혈관의 저항을 고려해도 머리끝까지 혈액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혈압은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니 높을수록 좋은 것이다. 다만 순환기내과 의사들의 오랜 진료 경험에 의하면 수축기 혈압이 130 이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상의 높은 혈압을 오래 방치하니 반드시 동맥경화성 혈관 질환이 발생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정한 표준 혈압을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유체물리학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특히 동맥이 가지치기를 하는 곳에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혈관내피 상처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기준 혈압보다 높은 혈압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더 빠른 시간 안에 혈관 손상이 올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고혈압의 기준은 세월이 가며 더욱 빠듯해지고 있다. 필자가 의대재학 시절인 70년대 말만 해도 수축기 혈압 140∼150 정도는 치료가 필요 없다고 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130만 넘어도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환자를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고 만성질환인 고혈압의 위해성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움츠러들기 쉬운 추위의 계절, 어깨를 펴고 오히려 활동을 늘려보자. 혹시라도 운동을 게을리 했었다면 이 추위를 계기로 다시 신체활동을 늘려보자. 추위로 잠시 올라갔던 혈압도 늘어난 활동과 더불어 원상복구되는 것이 하나님이 지으신 우리 몸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