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도 칼럼] 더욱 바른 믿음, 바른 삶으로
입력 2013-11-29 17:24
초기 한국교회사를 보면 개신교 신자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구교 신자들이 순교했습니다. 그들이 개신교 신자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말씀을 더 많이 듣고 공부한 것도 아닙니다. 더 많이 기도를 했기 때문도 아닐 것입니다.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하나입니다. 성만찬입니다.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누며 성육화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나름대로 살았고 또한 항상 열망한 것입니다. 성만찬에서 나눠지는 주님의 살과 피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깨닫게 되는 십자가의 사랑만이 진정한 기독교 공동체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가르침대로 매주일 모일 때마다 주님의 분부대로 성만찬 예전을 통해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누면 삶이 진솔하게 고백되어집니다. 회중 속에서 함께 나눠질 때 아무리 고통스러운 시련과 역경이 몰려와도 참된 위로와 희망이 생깁니다.
예배학과 설교학을 전공한 모교의 스승님은 다일공동체 창립예배 때부터 오늘까지 자주 봉사 현장에 오셔서 이런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다일공동체가 나눔과 섬김을 실천해주어 한국교회의 자존심이 된 것보다 더욱더 감사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예배를 예배답게 드리는 예배 공동체이며, 주일 강단을 담임목사 개인의 입맛대로가 아니라 교회력에 따라서 성서일과를 준수하고 육화론적 영성생활로 꾸준히 소화했으며 살아 있는 현장언어로 행함이 있는 믿음을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과찬이다 싶지만 한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서울 다일교회와 해외의 모든 다일공동체는 계속 작은 교회를 고집할 것이지만 예배 예전이 살아 있는 교회로서 아름다운 말씀의 전통과 함께 성찬의 전례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이 세상을 변혁시키는 예수님의 제자다운 제자가 되기를 간절히 열망한다면 나부터 변화시키는 신앙의 몸부림이 있어야 합니다. 전체 기독교의 공동체적인 회개와 회개에 합당한 열매 중의 하나로서 살과 피를 나누는 성만찬부터 회복할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이와 같은 때에 더 이상 일부 목회자들의 개인적인 비리를 고발하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독교 타락과 몰락을 자초하는 맹비난과 정죄, 판단이 아닙니다. 비난은 이미 필요충분조건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진심어린 기독교 전체의 공동체적인 참회와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함께 살과 피를 나누는 성만찬의 회복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주의를 극복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기독교에 이미 만연되어 있는 개교회주의, 개교단주의,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를 물리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하나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당신의 마음에 합한 자를 찾으십니다. 한국교회는 왜 나사렛 예수의 영성이 시급하며, 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살과 피를 나누어야 할까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종교개혁은 500여년 전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한국기독교가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사회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고 있는 이때야말로 기독교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개신교답게 개혁을 원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뤄갈 때라고 여겨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위기는 글자 그대로 위험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진정 하나님이 허락하신 아픔으로 태동된 개혁교회가 될 절호의 기회입니다.
대형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해 왔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교회의 교회다움과 개신교의 개신교다움, 성도의 성도다움은 결국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참된 경건을 추구하는 바른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또 바른 삶을 살고자 철저하게 신앙의 몸부림을 치는 영성생활과 사회적 책임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그 시작은 다른 게 아닙니다. 그동안 한국기독교의 잘못은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철저히 공동체적으로 참회하는 것입니다. 또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속에서 깊은 내면의 영성으로 자신의 속사람을 예수님 성품과 역량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대정신을 가지고 나사렛 예수의 영성으로, 균형잡힌 통전적 영성생활을 지금부터 온 몸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눈물이 흐르고 한숨이 나올수록 더욱 바른 믿음, 바른 삶으로….
(다일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