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주역 김경선 “1인 14역 경험이 큰 힘”
입력 2013-11-28 18:35 수정 2013-11-28 21:55
“노래 배운 적 없어요. 독학했어요.”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의 주연 배우 김경선(33)의 음색은 탁월하다. 관객이 딱 한 번 듣고 그 매력에 빠지는 음색과 성량, 기교를 지녔다.
그런데 그녀는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공연 내내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만큼 비중이 큰 ‘내레이터’ 역. 부르는 노래만 12곡에 달한다. 연기 폭도 넓어 주인공 요셉과 이집트 바로왕의 상황 상황마다 개입해 극을 이끌어 간다. 가창력과 연기력, 어느 하나 모자람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배우가 김경선이다. 관객은 “내레이터 너무 잘하지 않아?”라고 서로 묻는다.
“저희 학교 다닐 때만해도 ‘뮤지컬과’라는 학과가 없었어요. 연극영화과(부산 경성대)에 진학해 뮤지컬 배우 꿈을 키우며 날마다 노래 연습을 했어요. 복도가 제 연습실이었죠. 독학해 진학했고요.”
그 끼 많은 ‘독학소녀’는 2003년 부산 MBC 부산가요제 대상으로 빛을 발했다.
“이듬해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통과해 스물여섯 나이에 ‘곰보 할머니’ 역으로 서울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때처럼 첫 무대에 오르는 심정이에요. ‘요셉…’에서 프롤로그 할 때마다 너무 떨리죠. 제 노래가 그날그날 관객과 배우의 감정을 여니까요. 그러니 무대는 여전히 겁나죠.”
김경선은 ‘요셉…’에 앞서 뮤지컬 ‘시카고’ ‘더 씽 어바웃 맨’ ‘브루클린’ 등에서 교도관, 나이트 ‘죽순이’, 엄마 등 다양한 역을 해봤다. 특히 ‘더 씽 어바웃 맨’에선 1인 14역까지 해냈다. 극중 슈퍼모델인가하면 정부(情婦)로 변했고 또 어느새 현모양처가 됐다. 때문에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1인 14역으로 매스컴을 많이 탔어요. ‘요셉…’에서 각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건 그때의 내공이 아닌가 싶어요.”
tvN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경상도 ‘촌가시나’ 같은 김경선은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자리 잡았다. 대학 무용과 동기가 “너 복도에서 연습할 때부터 뭔가 될 줄 알았어”라며 응원했을 때 더없이 기뻤다고 했다.
“앞으로 교회에 나가야겠어요. ‘선교원’ 출신이거든요. 부산 화명제일교회였던 걸로 기억해요. 요셉이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는 걸 몰랐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알았죠.”
부산내기, 서울에서 옥탑방을 전전하며 고생하나 싶어 물었다.
“출연료가 목돈으로 들어오거든요. 창구 직원이 VIP로 알고 금융상품을 권해요(웃음). 주택청약 오래 전에 했고…(시집) 가야겠죠?”
그녀에게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화성학’을 독학하는 것. 요즘 주 5회 무대에 서고 난 후 피아노 건반과 친구 되어 산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