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두산은 지금 ‘시계제로’… 주축선수들 내보내고 감독 경질
입력 2013-11-29 05:40
올 시즌 가을야구의 주인공은 두산이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LG에게 패하며 4위가 된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고 놀라운 경기력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결국 두산은 한국시리즈 2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런데,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이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두산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다른 팀으로 내보낸 데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선 임재철, 이혜천, 김상현 등 5명을 보냈다. 그리고 베테랑 투수 김선우를 방출하고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던 윤석민을 넥센의 장민석(개명전 장기영)과 맞트레이드 하더니 급기야 김진욱 감독을 경질했다. 역대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를 통틀어 이만큼 단기간에 한 팀을 갈아엎는 정도의 변화는 찾기 힘들다.
두산 팬들은 처음엔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낸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면서도 납득을 했다. ‘화수분’ 야구로 불릴 만큼 두산에 젊은 유망주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에 귀한 우타 거포 윤석민을 내보내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고, 김진욱 감독까지 갑자기 경질되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두산의 리빌딩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2001년을 끝으로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미끌어진 두산이 우승하려면 전력보강을 해도 부족한데 선수들을 줄줄이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도 지난 2년간 투수 교체 타이밍과 작전 구사 능력 등 지도력 논란에 휩싸이긴 했어도 예전 감독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성과를 냈다. 특히 김 감독 후임으로 재일교포 출신의 송일수(63) 감독을 임명한 것은 뜻밖이다. 변화를 추구한다면서 우승경력도 없는 감독을 선임한데다 소통을 중시하는 젊은 감독들을 선호하는 요즘의 트렌드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최근 두산의 파격적인 행보를 구단 프런트의 입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 두산은 프런트의 힘이 다른 팀에 비해 강한 편이다. 91년부터 두산 프런트로 일해 온 김승영 사장과 야구인 출신의 김태룡 단장은 여러 차례 강한 프런트 야구에 대한 철학을 드러냈었다.
지난해 김 감독 임명 자체도 프런트의 의지에 따른 결과였다. 김 감독은 선수 출신인 김 단장의 동아대 후배다. 하지만 김 감독의 야구계 인맥이 넓지 않아 김 단장이 이끄는 프런트가 대부분의 코치진을 꾸렸다. 이토 쓰토무 현 지바 롯데 감독을 지난해 수석코치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이토 감독은 그러나 시즌 내내 김진욱 감독과 코드 불일치로 1년 만에 두산을 떠났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 야구계는 프런트 주도 아래 선수단을 구성하는 흐름이 강하다. 2011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은 이 같은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현장 책임자인 감독과 프런트 사이에 갈등도 많아졌다. 2000년대 SK 왕조를 세운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 프런트와 극심한 갈등 끝에 그만둔 것은 유명한 사례다.
야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프런트 주도 야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프런트는 구단에 변화가 있을 때 선수와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프런트 자신들도 권한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