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에… ‘ESS 시장’ 가파른 성장
입력 2013-11-28 18:24
마르지 않는 샘 같았던 전기가 수시로 공급부족에 빠지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겨울철 전력대란이 고질적으로 반복되는데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면서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시스템) 몸값이 껑충 뛰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ESS 수요가 늘면서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다.
ESS는 쉽게 말해 거대한 배터리다. 원자력·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모아뒀다가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장치다. 심야 시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모아뒀다가 피크시간에 쓸 수 있어 산업현장은 물론 소규모 가계, 가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ESS와 전력망을 연계하면 정전이 일어나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네비건트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이 올해 16조원, 2020년에는 5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기업은 ESS 시장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약진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LG화학은 1위다. 미국 존슨 컨트롤이 2위, 삼성SDI가 3위를 차지했다.
삼성SDI는 인도 통신장비 회사인 ACME와 2년간 총 110㎿h 규모의 ESS를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ACME가 인도 전역에 설치하는 통신기지국, 태양광 발전용 ESS와 주요부품을 독점 공급하게 됐다. ACME는 인도의 통신기지국 40만개 가운데 15만개에 장비와 부품을 댈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잦은 정전 사고와 전력품질 저하 문제로 인도 정부는 ESS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는 2011년 10월 일본 니치콘사와 가정용 ESS 독점공급을 시작해 올해 일본의 가정용 ESS 시장 점유율을 67%까지 끌어올렸다. 일본 이토추 상사를 통해 편의점, 소규모 점포에 ESS도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ESS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유럽과 미국에서도 잇달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독일 카코(KACO)와 유럽 최대규모의 ESS 공급 MOU를 체결했다. 올 상반기 독일 유니코스(Younicos), 미국 엑스트림 파워(Xtreme Power), 영국 S&C 등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소형 2차전지 분야 세계 1위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ESS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SS 분야 최강자인 LG화학도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SCE에 가정용 ESS를 납품한 데 이어 2011년 11월에는 세계 최대 전력엔지니어링 회사인 스위스 다국적 기업 ABB와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북미 최대 ESS 사업에 전력안정화용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력 분야 글로벌 최강자들과 미래 ESS 시장을 리드할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며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확대에 발맞춰 ESS를 국가 전력망에 적극 적용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장환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을 위해 국가 차원의 ESS 관련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