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육시설 포화] “戰時처럼 아기 유기 속출 서울시 감당 한계 넘어서”

입력 2013-11-29 05:43

“전시(戰時) 상황처럼 서울에 아기들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28일 부모에게 버려진 아기들이 서울에 집중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급증한 유기 아동이 전국에 하나뿐인 서울의 베이비 박스로 몰려 서울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대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방의 아동복지 시설은 저출산 현상으로 아이들이 부족한 반면 서울은 넘치는 상황이다. 분산해 양육하면 된다. 복지부와 서울시 대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 사이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와 보육시설들이 포화상태를 맞은 것이다.

복지부는 2005년 버려지는 아이들의 양육 업무를 지자체로 모두 이관했다. 버려지는 아이들은 해당 지자체가 책임지게 돼 있다.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 박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버려지는 아기들을 서울시가 떠맡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비 박스로 인해 올해 관련 예산을 18억원이나 초과 지출했다. 내년에는 70억∼140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복지 지출이 폭증해 지자체마다 어려움을 겪는 터여서 서울시를 도와 아이들을 맡아줄 지자체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육시설에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관련 업무도 증가하기 때문에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로선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자체 업무여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2주쯤 전에 서울시의 어려움을 다른 광역지자체에 알리고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계속 설득하겠지만 예산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시에 영아 관련 시설을 짓도록 예산 8억원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이 돈으로 기존 보육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또한 수개월이 걸릴 터여서 아기들이 올 겨울을 나는 대책이 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