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도청파문 정보기관 개혁작업 나섰다
입력 2013-11-28 18:04
미국 백악관이 국가안보국(NSA)과 사이버사령부의 지휘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개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축소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청 파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NSA에 대한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NSA 국장과 사이버사령관의 겸임을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백악관의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NSA와 사이버사령부는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한 명이 동시에 지휘하고 있어 권한이 쏠려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NSA는 전화나 이메일 등을 감시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정보를 걸러내는 정보수집 기관이다.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등 주요 기관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적대국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사이버전을 벌이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현재 두 기관을 키스 알렉산더 국장이 맡고 있고, 내년 3월 사임할 예정이다.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AC)의 제이슨 힐리 연구원은 “알렉산더 국장이 행정부 내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그를 견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두 기관에 대한 지휘·감독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알렉산더 국장은 NSA 관련 업무는 국가정보국(DNI)에, 사이버사령부 관련 업무는 전략사령부에 보고하고 있다.
NSA는 1952년 설립된 이후 줄곧 육군 또는 해군 장성이 국장으로 임명됐고, 민간인이 부국장을 맡아왔다. 겸임제도가 폐지되면 NSA 국장은 민간인이, 사이버사령관은 군 관계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는 차기 NSA 국장으로 유력했던 마이클 로저스 해군 중장이 사이버사령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렉산더 국장은 겸임 유지를 위해 ‘두 기관이 공조하지 않으면 적잖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식으로 설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NSA의 정보수집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NSA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비난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감시활동을 제한하고, 수집한 정보의 보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결과는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이 검토를 마치는 대로 알렉산더 국장의 후임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NSA가 무슬림 급진주의자들의 인터넷 성인사이트 방문 기록까지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명예와 평판, 권위를 실추시키기 위해 개인적인 약점을 캐냈다는 것이다. 정보 수집 대상으로 지목된 6명 중에는 도·감청이 금지된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도 포함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개인의 성생활까지 정보를 수집한 행위는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