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독일, 지자체 독자적 세원 확보 ‘성공 모델’

입력 2013-11-28 18:06


지난해 7월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7%대로 치솟았다.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가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충격이 반영된 결과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 역시 시칠리아 등 지방자치단체가 줄줄이 파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대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재정위기를 겪은 것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지자체 적자가 꾸준히 누적된 탓이 컸다. 이탈리아 지자체의 채무는 2010년 1107억2700만 유로(약 159조6000억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7.1%에 달했다.

경북대 박상우 교수는 최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탈리아가 지방재정위기를 겪은 것은 지자체가 파산 위기를 목전에 두고서도 선심성 예산 집행을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체 세입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3.4%다. 20% 수준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지자체들이 정부의 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어진 예산을 다 써도 정부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무리한 사업을 벌이고 안일한 재정운영을 지속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사례다. 자체 세원보다 정부가 보조해주는 재원에 의존하는 세입 불균형, 정부만 믿고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방만한 지출구조가 유사한 탓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일 “갈수록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국가재정의 파트너로서 책임성을 갖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재정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반면 독일은 정부와 지자체 간 복잡하게 얽힌 재원 갈등을 해결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독일의 지자체 세입에서 주 정부의 교부금과 같은 의존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에 불과하다. 지방소비세와 부동산세, 각종 수수료 등 지자체의 자체 세원 비중이 65%에 이른다. 특히 공동세원 제도를 활용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를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하게 배분한다. 공동세원 수입은 지자체 세원 중 15.3%를 차지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높은 재정의존 구조는 ‘지방자치’와 ‘재정’ 면에서 모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새로운 세원체계를 마련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