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쓸 곳 많은데 세수는 제자리… 재원 배분 해법, 결국 증세뿐?
입력 2013-11-28 18:05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배분 문제는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지 확대 등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돈 쓸 곳은 많아지는데 이를 받쳐줘야 할 세수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수입이 100만원인 가계에서 남편과 아내가 합쳐 110만원을 써야 할 때 어떤 황금비율로 100만원을 나눠도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간 재원 배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증세를 해서 충분한 공약 이행 예산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실제 지자체가 국고보조사업으로 평균 40%를 추가 부담하고 있는 복지 지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세 및 기금 수입을 합친 정부의 재정수입은 연평균 5.0%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복지 지출은 매년 7.0%씩 증가한다. 복지 지출은 한번 늘면 줄어들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134조8000억원의 소요 재원을 증세 없이 세입확충 50조7000억원, 세출절감 84조1000억원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조차 ‘장밋빛 전망’이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세입확충 50조7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27조2000억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현재로선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세출 구조조정 역시 재정 지출에서 의무지출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담할 수 없다. 의무지출은 법률에서 지출의무나 지출규모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정부가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지출이다. 정부 재정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46.3%에서 2017년 51.7%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일 “정부의 재량지출권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에서 세입 확충보다 세출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는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복지공약을 증세 없이 실현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모두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는 “복지 지출 증가에 따라 지자체에 보조금을 더 주면 정부의 세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며 “공약을 파기하지 않고 계획대로 이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증세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