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통진당 당내 경선 대리투표 유죄 판결… 정당해산 헌재 심리에 영향 줄 듯
입력 2013-11-28 18:00 수정 2013-11-28 22:01
대법원은 통합진보당의 경선 대리투표를 유죄로 판단하며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유죄 판결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당내 경선이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헌법이 정한 직접투표의 원칙이 경선 절차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대의기관의 결의 등에서 대리인에 의한 의결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의 정신에 비춰봐도 당내 경선의 대리투표는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내 경선에서는 직접투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던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의 판단과는 정반대다. 지난 10월 형사35부는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정당 경선에 선거의 4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해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당내 경선에서도 선거 4대 원칙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셈이다.
대법원은 통진당이 경선제도를 도입한 목적도 이러한 판단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통진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경선제도를 도입했다고 당규에서 밝히고 있다. 또 현장투표의 경우 대리투표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런 기준이 전자투표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휴대전화로 인증번호를 전송받아야만 전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목적도 대리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진당 측은 그동안 “전자투표의 경우에는 당헌·당규에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대리투표가 허용된다”고 주장해 왔다.
경선 대리투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대법원은 이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의 통진당 여론조사 조작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4·11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서울 관악을 지역구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이정희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 이모(54) 대외협력위원장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지난해 5월 통진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당시 단상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한 김재연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 등 9명에 대해서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준호 전 공동대표의 머리를 잡아채 일명 ‘머리끄덩이녀’로 불린 박모(25)씨는 상고를 포기해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의 판결은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에서 통진당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헌재에 접수한 청구서에서 “통진당이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 선거를 투쟁으로 인식하고 비례대표 부정경선, 5·12 중앙위원회 집단폭력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사건들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기 때문에 ‘통진당은 위헌’이라는 법무부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한편 통진당은 이날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매우 부당한 신청”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헌재는 청구서가 접수된 다음날인 지난 6일 통진당 측에 30일 이내에 해산청구 관련 답변서를 보낼 것을 명했다. 통진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 등 20명으로 소송대리인단을 꾸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