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지방자치 22년… 정부·지자체 윈윈할 재정계획 세울 때
입력 2013-11-28 18:05
(하) 정부-지자체, 한몸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원 배분 해법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지방공기업 부채를 공개하는 등 지자체 재정 건전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영향평가제도 도입, 지자체 재정을 포함한 중장기 국가재정계획 수립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재정 건전화 팔 걷은 정부=정부는 28일 기획재정부 이석준 2차관 주재로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국가 재정정보를 통합해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정부 재정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지자체 재정은 안전행정부 재정고, 공공기관 재정은 알리오에 각각 분산 공개돼 공급자 중심의 ‘보여주기 식’ 정보 제공에 그쳤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와 함께 16개 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의 부채 증가원인을 분석해 공개키로 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는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되는 각종 행사 및 축제를 열기 전에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토록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자체 방만 경영의 주범이자 감시의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는 불필요한 행사 및 축제와 지방공기업 부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정부와 지자체 간 재원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방만 경영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양측 갈등의 핵심은 정부가 할 일을 지자체에 위탁할 경우 적정한 대가를 주고 있는지에 대한 시각차”라며 “정부가 복지공약을 내세우면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세웠는지 우선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2008년 기초노령연금 도입, 2013년 무상보육 확대 정책 등 복지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인 지자체 재원 보전 방안을 마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제가 터지면 그때그때 지자체 재원 보전방안을 만드는 땜질식 처방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초연금처럼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 국고보조사업 도입 시 향후 지자체 부담을 산정하고 이에 대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한 뒤에 사업을 시행하도록 하는 강제성 있는 지방재정영향평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작성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의 통합도 이뤄져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향후 5년간의 재정 전망을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안전행정부는 중기지방재정계획을 발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2개의 계획을 합치면 통합된 5개년 계획이 돼야 하지만 숫자가 항상 어긋난다”면서 “이것만 보면 각 지자체가 향후 5년간 자신들이 정부에 얼마의 예산을 보조받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정부-지자체 간 재원 배분 계획이 없는 셈이다. 그 결과 지자체는 매년 “우는 소리를 하면 더 많이 타낼 수 있다”는 심산으로 예산 부풀리기를 자행하고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정부에 예속된 자자체 재정의 자주성 강화가 필요하다. 국세와 지방세로 이분된 현행 세수 체계에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일정비율로 배분하는 공동세를 만들어 지자체가 계획적인 지출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방안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자체가 달라는 대로 다 줄 수 없는 형편에서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지방세의 세목, 과표 등에 대한 결정권을 지자체에 넘겨 재정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