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상정” vs “날치기”… 더 심화되는 대치 정국

입력 2013-11-28 17:57 수정 2013-11-28 22:00

강창희 국회의장이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자동상정”이라고 옹호했고, 민주당은 “국회법을 위반한 날치기 직권상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난 뒤 정기국회 의사일정 중단을 선언해 향후 대여 강경 투쟁이 한층 거세질 것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오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뒤 오후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전격 처리했다. 강 의장이 국회 관례를 이유로 무제한 토론 요구를 거절하자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는 20여분 동안 의장석 앞 단상에 올라가 항의했다. 강 의장이 “투표 다 하셨느냐”고 묻자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안 했다”며 단체로 항의하기도 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표결에 참여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여야 합의문화 정착, 직권상정 제한 및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보장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이 아니라고 적극 반박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특위에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본회의에 부의된 임명동의안을 정상적인 표결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을 피해나가기 위한 억지 논리라고 비판했다. 또 국회법 106조 2의 규정에 따라 어떤 안건이라도 무제한 토론 실시는 보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까지 국무위원 및 총리 인준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한 것이 130여 차례 있지만 한 건도 직권상정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강 의장이 투표가 종료되지 않았는데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며 투표권 침해를 주장했지만 강 의장과 새누리당은 “충분한 시간을 줬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수차례 의총을 여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여전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유감스럽지만 민주당이 상황을 풀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를 지키고 수호할 의무를 가진 국회의장이 자격을 상실했다”며 “강 의장과 새누리당이 저지른 만행은 국회 치욕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목적을 달성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황우여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 덕분에 야당이 몸싸움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29일 오전 의총을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필리버스터를 해보지도 못했고, 문형표 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무리하게 연계하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에서 지도부의 전략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지원 의원은 오후 의총에서 “싸우려면 제대로 감동적으로 싸워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성토했다.

엄기영 김동우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