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당도 일반 선거원칙 적용 첫 판결… “통진당 경선 대리투표 유죄”

입력 2013-11-28 17:53 수정 2013-11-28 21:59

통합진보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대리투표 행위가 유죄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엇갈린 유·무죄 판단으로 야기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판결로 향후 관련 재판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통진당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백모(53)씨와 이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통진당 내 경선에서도 일반적인 선거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며 대리투표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백씨 등의 대리투표가 비례대표 후보자의 지지율 등 사실관계를 오인 혹은 착각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투표 행위도 헌법이 정한 선거의 대원칙인 직접·비밀·평등 선거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계류 중인 다른 사건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통진당 부정경선으로 기소된 인원은 510명이다. 그 가운데 형이 확정된 인원은 백씨와 이씨 등을 포함해 모두 18명이며 나머지 492명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대부분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송경근)가 같은 혐의로 기소된 45명의 피고인에 대해 “당내 경선에는 직접투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통진당 조직국장을 맡았던 백씨와 이씨는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각각 35명과 10명의 당원에게 전송된 인증번호를 전달받은 뒤 자신들이 지지하는 비례대표 후보에게 대리투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황모(5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5월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면서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정당민주주의에 반하는 활동’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