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갈등] 센카쿠 이어… 中, 이어도 관할권도 ‘양보 불가’ 쐐기

입력 2013-11-28 17:54 수정 2013-11-29 01:33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28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해 양국 간 군사·외교적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에반 메데이로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지난 27일 비공개 방한해 주목된다.

당초 우리나라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이 우리와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대화를 통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일본뿐 아니라 이어도 관할권을 놓고도 한국에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으로서는 이미 방공식별구역 문제로 미국 일본 등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이미 주변국 반발을 예상했고 이런 반발을 뚫고 자신들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한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이번 기회에 한국이 이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확실히 해 추후 이 사안을 놓고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될 때 전략적인 우위를 선점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은 이 지역에서 긴장도를 보다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통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무력시위를 불사한다는 위협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이어도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해 중국의 확장 정책에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하는 등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거리상으로도 이어도가 중국보다 한국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점을 들어 우리 측 관할 수역에 속했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정부 대응이 늦었다”며 “정부는 중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압박한다면 미·일과 공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도 양국 외교안보 수장들이 연쇄 전화 통화를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지역의 현 정세를 바꾸려는 의도를 지닌 일방적 행위로 오해와 오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