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3-11-28 18:48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선언은 정치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하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또 다시 새 정치를 들고 나온 것은 기존의 낡은 정치를 반드시 바꾸라는 국민 여망을 받들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해 대선 출마를 준비하면서도 새 정치를 약속했었다. 그가 신당 창당 준비 모임의 이름을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추진위원회’로 정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결심하기에 이른 데는 현재의 투쟁일변도 정치 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의 약속과 달리 사사건건 싸움질만 하는 행태를 보여줘 국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제3의 정치세력이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어 위험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선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 단순히 대선 준비 차원만은 아니란 얘기다. 기존 정당의 대오각성을 위해서도 신당 창당 추진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안 의원이 성공할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그가 국회에 들어온 지 7개월이 지났음에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비중 있는 인물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신당 창당 준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새 정치란 말만 되뇌었을 뿐 국민 가슴에 와 닿는 개혁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가 내세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과 평화통일’은 왠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민생정치와 생활정치’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도 대선 때 귀가 따갑도록 했던 말이다. 지키지 않고 있으니 공허한 다짐이 되고 말았다. 기존 정당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안철수표 정치 비전’을 빠른 시일 내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신하면서도 중량감 있는 인물 영입은 필수다. 안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진보 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자신의 싱크탱크 이사장으로 영입했으나 불과 수개월 만에 사퇴하면서 상처를 입었다. 지역 조직화를 담당할 534명의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으나 주목받을 만한 인물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국에는 기존 정당, 특히 민주당 주변에서 이삭줍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럴 경우 신당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야당 분열일 뿐이다. 안 의원이 강조한 것처럼 지금의 낡은 정치 틀로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의미가 있다. 기존 정치인들의 헤쳐모여는 정치발전과 국리민복에 도움 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