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문창과 60돌 기념문집 두 권 출간

입력 2013-11-28 18:34


“예술대학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한 마리 암뱀이 되어 당연한 것처럼 암흑의 사상을 품어 퇴폐며 탐미, 그리고 위악이라는 새끼들을 낳았다. 아아, 그 새끼들 덕분에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도록 문인 행세를 하며 살아남을 줄 누가 알았으랴.”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68학번인 소설가 송기원의 회고이다. 휴전 직후인 1953년 9월 1일 개교한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가 학과 창설 60주년을 맞아 기념문집 두 권을 내고 27일 성대한 기념식도 가졌다. 1972년 중앙대와 합친 이래 이 학과가 배출한 졸업생은 2500여 명. 그 가운데 500여 명이 등단 문인이다. 기념문집 1권 ‘한국문학 1번지’는 국내 최초의 문예창작과 60년 통사와 각 학번 출신들이 쓰는 학번사 등을 담았다.

“입학하자마자 몇 개의 동아리로 쪼개졌다. 소설로는 천승세가 주도하는 ‘바인’동인, 시는 박경용이 이끄는 ‘송라’동인, ‘문예창작회’ 등 삼삼오오 편대를 이루어 동아리를 꾸리고 있었다.”(58학번 이근배)

“다형 김현승 선생도 그 수업을 진행한 교수 중 한 분이셨다. 작고하시던 1975년 그해 봄, 그러니까 내가 문창과에 갓 편입했을 때 시 창작 세미나 끝에 ‘시는 결국 인격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미당 서정주 선생의 시 창작수업에는 다른 과나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슬며시 들어와 도강을 했다.”(74학번 김홍성)

문집 2권 ‘문학이라 쓰고 인생이라 읽다’는 김주영 한승원 박민규 전성태 김민정 등 졸업생과 교수 등 75명의 회고기이다. 58학번 소설가 김주영은 본래 시를 쓰고자 입학했으나 “자넨 운문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군”이라는 박목월 선생의 말씀에 시를 접고 소설로 방향을 튼 일화를 들려준다. 89학번 소설가 전성태는 학과가 안성캠퍼스로 이전한 이후에 입교한 이른바 안성세대로 서라벌 세대의 미아리나 중앙대 흑석동 세대의 연못시장 못지않게 질척거리는 골목을 전전하며 문청 시절을 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95학번 시인 김민정은 자크 프레베르의 시를 읽어 주던 일흔일곱 노 시인 구상의 숨찬 호흡이 자신을 시인의 길로 이끌었노라고 고백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