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남자들은 왜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입력 2013-11-28 17:16


남자를 위하여/김형경 (창비·1만3500원)

심리 에세이스트로 거듭나고 있는 소설가 김형경의 신작 에세이집. 이번엔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첫 머리에 있는 ‘남자에게는 세 여자가 있다’는 우리가 흔히 농담처럼 말하는 어머니, 아내, 딸을 지칭하지 않는다. 김형경이 말하는 남자의 세 여자란 첫 사랑의 여자, 이상화되고 미화된 성스런 여자, 퇴락하고 가치 하락되어 함부로 대하는 여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사실 최초의 여자인 어머니에게서 만들어진 남자의 내면 이미지일 뿐, 엄마를 사랑할 수 없게 된 오이디푸스 기의 소년은 유치원에 가서 첫 사랑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상화된 연인을 찾아내어 숭배하거나, 가치 하락시킨 여자를 선택해서 파괴적으로 군다는 것인데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온전한 하나를 이루지 못하는 남자의 심리를 통해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외로운 인간을 만나게 된다.

남자들은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남자들은 왜 중요한 순간에 여자를 버리고 도망칠까,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남자들은 왜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을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김형경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문학작품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과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남자들의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