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공정위 네이버 ‘동의의결’ 신청 수용… 대형 포털, 수백억 과징금 면죄 자격 있나
입력 2013-11-27 21:40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에 허를 찔렸다.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됐던 네이버가 동의의결제도를 신청했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동의의결 절차 개시=공정위는 27일 전원회의를 열고 네이버와 다음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제란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 제재를 가하는 대신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나 경쟁제한상태 해소 등의 시정방안으로 제재를 대신하는 제도다. 2011년 11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를 신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온라인 검색 서비스 시장은 동태적 시장 상황 및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야 할 혁신시장이라는 점과 인터넷 검색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신속한 경쟁질서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다음은 이날부터 30일 이내에 잠정 동의의결안을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잠정안이 결정되면 30∼60일간 경쟁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검찰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의견수렴 기간 포털 사업자들이 내놓은 시정방안은 일반에도 공개된다.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14일 이내에 공정위가 최종 동의의결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해 이를 확정하면 기존 위법성 판단 심의절차는 취소되고 사건은 종결된다.
◇대형 포털사들, ‘면죄부’ 받을 자격 있나=동의의결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을 요청하면서 신설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불법행위가 일어났을 경우 주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십수년간 불법행위를 자행한 네이버와 다음이 불법성 여부 판단을 구하지 않는 동의의결제를 통해 면죄부를 받았다는 지적이 많다. 두 업체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극구 부인하다가 전원회의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동의의결제도를 신청했다.
물론 네이버와 다음의 보상안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제재 절차는 다시 진행된다. 지 상임위원은 “직접 피해는 물론 간접 피해를 구제할 방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심의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국내 주요 포털 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검색결과에서 정보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 점,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경쟁사를 배제하도록 한 점 등이 적발됐다. 네이버는 광고 관련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았다.
세종=이성규 기자, 서윤경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