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하는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 ‘장애 벽’ 눈 녹듯 사라졌다
입력 2013-11-27 18:50 수정 2013-11-27 22:48
“자! 여러분, 모이세요. 몸풀기 시작합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2층 연습실. 발레강사 최경아(44·여)씨의 목소리에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아이들이 줄을 맞춰 모였다. 몸집은 작지만 흰색과 보라색이 섞인 발레복을 입고 강사의 구령에 맞춰 우아한 발레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어엿한 발레리노와 발레리나들이다.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 소속 초등학생인 이들은 자폐·다운증후군·청각장애·지적장애를 가진 어린이 9명과 비장애아 10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4월 장애아들과 비장애아들이 서로 이해하고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로 보건복지부와 서울발레시어터가 함께 창립했다. 30일 공연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었다.
30분쯤 몸풀기를 마친 아이들은 배역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무대의상을 입자 실제 그 배역이 된 듯한 장난을 쳤다. 오리는 뒤뚱거리며 “꽥꽥” 소리를 냈고 고양이는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친구들에게 “야옹!” 인사를 했다. 발레단 관계자는 “무대의상을 입고 연습을 시작하면 아이들의 자세가 달라진다. 오리 배역을 맡은 한 아이는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공연에 사용될 음악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의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 시골 소년 피터가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꾀를 내서 늑대를 잡아 동물원으로 당당하게 행진한다는 줄거리다. 이번 공연에는 성악가 조수미씨가 해설 내레이션을 넣은 판본이 사용된다. 안무는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과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씨가 직접 짰다. 발레 동작에 서툰 어린이들을 위해 쉽고 간단한 동작으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여러 차례 연습으로 익숙해진 듯 막힘없이 배역을 소화했다. 1시간여 진행된 리허설은 순조롭게 끝났다.
발레단 창단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통제에 잘 따르지 않았다. 연습 중 갑자기 나가고 싶다며 떼를 쓰고 거울만 보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서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 강사는 “처음에는 ‘과연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행복한 발레단’의 공연은 30일 오후 3시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복지부 장애인 인식개선 홍보대사인 배우 이정진씨와 발레단원 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김 단장은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하는 발레 공연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며 “공연 후 내부 평가를 거쳐 향후 발레단 운영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