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가안전보장회의 창설법 의회 통과… 아베 우경화 정책 잇단 현실화
입력 2013-11-28 04:56
우경화를 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구상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에도 특정비밀보호법의 중의원 통과를 관철한 집권 자민당은 27일에는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법안 역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전후 체제 탈피 프로젝트’ 일환 중 하나였던 NSC 창설법이 통과되면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보통국가’를 향한 행보는 내년 초로 예정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참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찬성 213표, 반대 18표의 압도적인 다수로 NSC 창설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 격인 중의원은 지난 7일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을 비롯해 제1야당인 민주당, 일본유신회 등이 모두 찬성했다. 공산당과 사민당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다음 달 4일 설치될 일본판 NSC는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국가전략 수립과 위기관리, 정보 집약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관방장관, 외무상, 방위상으로 구성된 4인 각료회의가 2주일에 한 번씩 중요 과제를 논의하게 되며 주로 북한 핵문제나 대중 관계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은 NSC 신설을 계기로 외교·안보 관련 정보가 총리실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책 결정을 둘러싼 총리실의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베 총리는 부처 간 조율 및 정책입안을 담당할 NSC 사무국장에 측근인 야치 쇼타로 내각 관방참여를 내정한 상태다. 60명으로 이뤄질 사무국에는 수십 명의 자위관을 비롯해 외교·국방 분야 관리들이 파견된다.
앞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은 26일 중의원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비밀보호법안도 표결 처리했다. 자민당 등은 다음 달 6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전에 관련 법안을 참의원에서도 통과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등이 야당은 물론 언론의 극심한 반대에도 특정비밀보호법을 통과시키자 ‘폭거’ ‘졸속’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외교·안보 관련 정보를 누설한 공무원을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특정비밀 역시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에 대한 아베 정권의 자세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라면서 “권력의 폭주”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