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연정 타결… 좌파 사민당 승인투표 변수로
입력 2013-11-27 18:19 수정 2013-11-28 00:58
독일의 대연정 협상이 오랜 줄다리기 끝에 타결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과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기사당) 연합,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은 향후 4년간 대연정을 운영키로 했다.
이들 정당은 27일(현지시간) 밤샘협상 끝에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고 BBC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실무위원을 포함한 75명은 이날 오전 5시까지 17시간의 마라톤협상을 벌여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담은 타결안을 마련했다. 지난 9월 총선 이후 두 달, 연정 협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이다.
기민당과 기사당은 사민당이 요구한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을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2017년 모든 직종에 의무화된다.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 자녀는 이중 국적을 허용키로 했다. 연금을 45년간 낸 경우 수령 시기를 65세 이상에서 63세로 낮추자는 사민당 의견도 받아들였다. 저소득층도 사회보장연금 형태로 2017년부터 최대 월 850유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의 공약이자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증세 반대를 관철시켰다. 헤르만 그뢰에 기민당 사무총장은 “세금 인상을 하지 않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번 협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외국 등록 차량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과하자는 기사당의 제안은 조건부 동의를 얻어냈다. 유럽연합(EU)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독일 내 등록 차량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년에 법제화된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은 2030년까지 55~60%로 결정됐다.
이번 연정의 최우선 목표는 ‘EU 통합’이었다. 26일 나온 연정 협약 초안에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유럽 통합을 증진하기 위한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사민당은 그동안 메르켈 총리가 EU 통합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연정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민당 당원 47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14일 진행되는 표결을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대연정에 대한 사민당 내부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사민당은 2005~2009년 기민당이 주도한 대연정에 참여한 뒤 2009년 총선에서 참패한 ‘트라우마’가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최근 사민당 당원 투표를 ‘예측 불가의 위험’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결과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사민당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돼 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토머스 오퍼만 사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확신을 갖고 당원 투표에 타결 내용을 제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민당과 기사당 연합은 지난 9월 22일 총선에서 41.5%의 높은 득표율로 압승했지만 연정 파트너였던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원내 의석을 한 자리도 확보하지 못해 주요 야당인 사민당과 연정 구성 협상을 벌여 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