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홍성헌] 6개월 만에 또 가스 사고… ‘안전불감人災’ 언제까지

입력 2013-11-28 04:12


27일 오전 9명의 사상자를 낸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그린파워발전소 7호기 가스 누출 사고 현장.

현대제철의 한 직원은 당진공장 입구부터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제철에서는 지난 5월 아르곤 가스 누출로 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6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또 났다는 지적을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사고를 낸 현대그린파워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현대제철로부터 구입해 전력을 생산·판매하는 별개의 사업자로 현대제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누누이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현대그린파워 최대주주인 데다 현대제철 공장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스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필수품인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점이 사고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사고로 작업감독자 양모(52)씨가 숨지고 8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당진경찰서는 “근로자들이 산소마스크와 가스경보기를 휴대하고 있었지만 일부만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작업감독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을 정도이니 안전 불감증이 만성화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숨진 양씨를 비롯해 작업을 하던 3명의 근로자는 모두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이 중 1명만 가스경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경보기가 작동하자 곧바로 대피했지만 양씨는 현장에서 쓰러졌다. 양씨를 구하기 위해 산소마스크를 쓰고 사고 현장에 진입한 근로자 김모(35)씨마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산소마스크도 불량 제품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가스경보기 역시 3개만 발견됐다. 경찰은 사상자 9명 가운데 가스경보기를 찬 근로자는 3명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로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관계 당국과 현대제철, 그린파워발전소 등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엄중히 묻고 면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는 인재가 부른 사고 현장에서 노트북을 꺼내고 싶지 않다.

당진=홍성헌 사회2부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