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전략 어떻게] 美·中 사이에 낀 정부… 군사·외교적으로 신중 접근

입력 2013-11-28 04:53


미국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놓고 충돌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긴요해졌다. 더욱이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 확대를 추진 중인 우리 정부로선 주변국들의 동향과 이해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하고,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군사·외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

정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동북아 안보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략 숙의에 들어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는 전통적인 한·미 동맹과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한·중 관계를 모두 감안해 균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7일 국방포럼에서 중국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우리 정부가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한·중 간에도 28일 차관급 전략대화가 예정돼 있다.

국방부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접근방법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라며 “주변국 정세와 배타적 경제수역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과거 방공식별구역 협상이 진행됐던 여러 가지 사례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해양법, 항공법 등 관계자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51년 설정된 카디즈 확장을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한국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관련 당사국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오히려 우리 정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성환 공군대 교수는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종전에는 양국 간 문제로 진행돼 상대국이 무관심할 경우 해결이 어려웠는데 이번에 중국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져 카디즈의 확대 문제가 공론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디즈 확장 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일본이 이어도와 독도 문제를 연계해 독도를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어도와 독도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방침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어도는 수중 암초로 영토가 아니며, 이어도 문제는 주변 수역의 관할권 사용 등 배타적인 경제수역 문제”라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