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나홀로 순항’… 3분기 매출 1년새 9.7% 늘어
입력 2013-11-27 18:16 수정 2013-11-27 22:34
국내 해운사들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사이 현대글로비스의 순항이 두드러진다. 현대글로비스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 계획까지 예고하면서 해운업계에 미묘한 긴장마저 흐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 3조255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소폭(0.9%) 줄었지만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9.7% 늘었다. 영업이익도 1698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14.1%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2.1%나 늘어 1498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나머지 해운업체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 1위 한진해운의 3분기 매출액(연결 기준)은 전년 대비 7.2% 줄어든 2조7097억원, 영업이익은 210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당기순손실도 3176억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이어갔다. 현대상선도 연결 기준 2조2545억원 매출에 33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며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해운은 한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STX팬오션도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더욱이 하이투자증권 등의 보고서 기준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의 3분기 말 평균 부채 비율은 1020%에 달하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57.2%로 사상 최고치다. 잇따른 실적 부진에 영구채 발행마저 지연이 거듭되면서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이 지난 11일 물러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물동량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뒤지는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인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의 안정적인 수급을 바탕으로 투자에 더욱 공세적으로 임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힌 상태다.
김진옥 현대글로비스 전무는 지난달 22일 ‘2020년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사업 비전’을 통해 2020년에 8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 자동차 운반선 위주 사업 전략에서 벌크선 중심의 사업으로 확장키로 했으며 비계열사 물류 비중도 꾸준히 늘리기로 했다. 선대도 확충해 현재 70여척에서 500척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대로만 되면 한진해운을 제치고 업계 수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해운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나온 투자 계획이어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벌크선 물량 등을 확충하면 제한된 물량을 두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현대글로비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의 배선령 사장을 포함한 인력을 대거 영입하자 업계에서는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운사들이 자체 영업을 통해 물량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 물량을 갖고 확대 경영을 펼치면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