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횡령 사건 일파만파… 최대 10명 연루”
입력 2013-11-28 05:09
KB국민은행의 비리 실태가 점입가경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검찰도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에는 은행 측이 밝힌 것보다 더욱 많은 수의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7일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사 내용을 지난 25일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원곤)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통보 내용에는 전 도쿄지점장인 이모씨의 개인 비리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특별검사 진행 중 검찰 통보까지 한 것은 도쿄지점의 비자금 실태가 심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거액 부당대출의 대가로 국내에 들어온 비자금의 액수, 백화점상품권 판매업체로 흘러들어간 ‘돈세탁’ 자금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금융법규 위반 사실을 점검하고, 자금의 용처는 사정당국의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9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에선 국민은행 직원 다수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당초 밝힌 3명만 가담한 것이 아니라 5∼10명쯤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검사 결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전·현직 여부를 파악해야 하지만 감찰부서 직원이 개입됐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범행을 돕고) 커미션을 받은 구조”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건에 국민은행 경영진이 개입했거나, 횡령액이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직원의 비리로 보고 있을 뿐, 윗선의 개입 정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잇단 비리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 대강당에 임직원 30여명과 함께 나와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모든 사안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주택채권 사고와 관련해 고객에게 피해가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며 고객 피해가 있다면 철저히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쇄신을 추진하겠다”면서 모든 임원을 모아 경영쇄신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그러나 이 행장은 횡령 사건의 정확한 규모와 연루된 직원 수,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자금 흐름 등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당국의 검사와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또 일련의 사건이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라인을 쳐내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한편 이번 사태 와중에 수억원대 성과급을 챙겨 논란이 된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이날 은행에 보낸 편지를 통해 성과급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경원 천지우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