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은행간 주거래계좌 이동 쉬워진다
입력 2013-11-27 17:58
앞으로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은행계좌를 옮길 때 일일이 자동이체 내역을 신청해 옮길 필요가 없다. 퇴직연금은 별도로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게 되고 치매에 걸릴 경우 모든 돌봄서비스를 받는 보험상품이 출시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국내 금융업이 총체적 위기 상황에 있다고 진단,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한국 금융업이 과거와 같은 영업방식에 안주하면 더 발전할 수가 없다”며 “새로운 시장과 역할을 찾아 나서는 금융사들에 무한한 기회를 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경쟁의 압력을 통해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바탕으로 금융업의 부가가치 수준을 대폭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7%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5년 후 8.5%, 10년 후에는 1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치열한 경쟁시장으로 혁신 노려=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번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한경쟁으로 혁신을 유도해 금융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라고 정의했다. 실제 내용도 규제를 완화해 금융시장을 넓히고 금융사 간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데 맞춰져 있다.
우선 금융투자업에 대해서는 현재 48개로 구분돼 있는 사업 인허가 범위를 대폭 개선한다. 앞으로는 비슷한 업무끼리는 한 번에 합쳐서 인허가를 하고 금융사가 여러 업무를 한꺼번에 요청할 경우에도 ‘원스톱’ 인가를 허용키로 했다. 금융투자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금융사가 본연의 업무 외에 부수업무를 하고 싶을 때의 허가 방식도 바뀐다. 이전에는 새 사업을 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 카드사를 제외한 여신전문금융사는 대부분 업무가 허용되고 몇 가지 업무에 대해서만 제한을 받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적용받는다.
신 위원장이 이미 강조한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촉진책도 구체화됐다.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대해 영업인가 요건을 우대해준다. 증권사가 사모펀드 운용업을 겸영하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허용해주는 식이다.
금융사가 국내 시장에서만 먹을거리를 찾는 고질적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금융사가 규제에 막혀 해외진출을 주저하지 않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금융사가 해외점포에 대해서 경영실태평가를 받던 기간을 기존 은행 1년, 보험 2년에서 각각 3년, 5년으로 연장했다. 국내 은행이 지주회사 형태의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도 허용했다.
◇소비자 보호와 편의로 두 마리 토끼=금융소비자의 보호와 편의를 위한 방안도 대거 마련됐다. 또 100세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도 등장한다.
소비자 선택권과 은행 간 경쟁 촉진을 위해 ‘은행 계좌이동제’가 2016년부터 실시된다. 이는 은행 주거래계좌(거래가 많은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꿀 때 각종 공과금이체나 급여이체 등을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옮겨주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은행을 바꾸고 싶어도 공과금, 자동이체, 급여 등이 묶여서 쉽게 옮기지 못하던 고객들은 이제 여러 은행을 비교해 편하게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에 맞춘 노후설계 서비스와 금융상품도 폭넓게 준비된다. 금융위는 내년 말까지 ‘종합 연금포털’을 구축, 개인·퇴직연금 등 모든 연금 가입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간병·치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신건강종합보험(가칭)도 2015년 출시된다. 이 보험 가입자들은 식사와 세면 도움, 외출동행, 청소·세탁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인연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10년 이상 가입하면 수수료를 10% 깎아주는 방안도 나왔다. 또 경제적 사정으로 보험료를 제때 내기 어려울 경우 납입 기간 중 2∼5회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퇴직연금은 기존에 다른 금융상품과 합쳐 총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해주던 것을 따로 퇴직연금에 대해서만 추가로 5000만원을 더 보장해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 중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방안’, ‘100세 시대 신금융수요 창출방안’ 등에 대해 연내 개선을 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가기로 했다.
신 위원장은 “오늘 발표 방안으로 금융시장의 고민을 일거에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금융업이 고객만족을 지향하는경쟁력 있는 서비스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