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국장 “채동욱 혼외자 정보 열람 요청 받고 전화로 알려줬다”
입력 2013-11-28 04:42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채모군 모자(母子) 개인정보를 불법 열람·유출한 서초구청 조모 행정지원국장이 “누군가의 요청을 받고 (개인정보를) 열람해 알려줬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요청자 신원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관이나 정치권 인사의 관여 여부가 확인될 경우 채 전 총장의 낙마를 사전에 모의했다는 ‘찍어내기 공작’ 의혹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국장은 27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 6월 중순 누군가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알려준 뒤 개인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며 “OK민원센터에 있는 김모 팀장을 시켜 가족관계등록부를 열람했고, 이를 부탁한 사람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관계등록부를 출력하지는 않았고 전화로 알려줬다고 했다.
조 국장은 “요청자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나 국정원 직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인사인가’라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 검찰 조사 때 밝히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한테 요청받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 국장은 “해당 개인정보가 채 전 총장 관련 정보인 줄 몰랐다. 혼외자 의혹 보도가 나올 때도 몰랐다”며 “지난 20일 압수수색을 당하고 나서 알게 돼 날벼락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검찰은 개인정보 유출을 계획한 인물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누구로부터 부탁을 받았고, 넘겨준 개인정보가 누구에게 흘러들어 갔는지가 수사 핵심이다. 검찰은 조 국장의 접촉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대상에 조 국장과 서초구청 임모 감사담당관의 신체와 휴대전화, 수첩 등을 포함했었다. 임 담당관은 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9월 7일 청와대 관계자의 요청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해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채군 모자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은 모두 위법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행정기관이 본인 허락 없이 제3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접근하려면 대법원 행정처장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대법원은 관련 협의를 요청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검찰은 국내 항공사로부터 채군 모자의 발권 기록 등 해외 출국 정보 조회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로 국정원과 여당이 궁지에 몰릴 때다. 정치권에선 수사를 강행한 채 전 총장 조기 낙마설이 돌았다. 조 국장은 국정원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국정원이 조 국장과 친분이 있는 제3자를 통해 정보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천호 국정원 2차장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채 전 총장 사찰을 주도했다”며 청와대 연루 개연성을 주장했다.
조 국장도 “국정원 쪽이 아닌 건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데 나머지는 모르겠다. 정치권에 있는지, 직업이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여지를 남겼다. 검찰은 조만간 조 국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