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 긴장 고조] 中, 경고 무시하고 진입땐 격추

입력 2013-11-27 17:45 수정 2013-11-28 00:38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뒤 강경한 태세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맞서 “멋대로 지껄이지 마라”고 일갈한 데 이어 바다와 하늘에서 무력시위를 강행하고 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방침에 대해 “중국은 앞으로 유관 준비공작(작업)을 완성한 뒤 적절한 시기에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앞서 황해(서해)와 남해(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치할 것이라고 분명히 한 상태다. 방공식별구역이 서해로까지 확대되면 한국과 중국은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나라의 주권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결심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는 동해 방공식별구역의 공역을 유효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군 관계자들은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군 공군 소령 차오량(喬良) 국방대학 교수는 27일 경화시보(京華時報)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주파수 통신을 통해 상대방이 적의를 갖고 있는지를 식별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경고를 듣지 않고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진입한다면 공군 조종사가 이를 격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4월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해 “도서를 둘러싼 분쟁을 일으켜 성가시게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귀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이 지역에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썼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충돌이나 미국의 아·태 회귀 전략을 그냥 보고 있지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이 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거치면서 국가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군 체제를 개편하는 데 이어 방공식별구역까지 선포한 것은 이러한 기조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알렉산더 닐 국제전략연구소 아시아안보 연구원은 BBC 중문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난 10년 새 중국에서는 민족주의가 형성돼 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그동안 서방국가들에 업신여김을 당했다는 당국의 논리가 국민 사이에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특히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 등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 전략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이제 경제강국에다 군사강국으로 나아가면서 소위 ‘모욕론’을 떨쳐버리고 민족적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진단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에 대해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