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52 동중국해 무력시위, 中·日 전투기 공중 대치… 심상찮은 동북아 패권경쟁
입력 2013-11-28 05:08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뒤 주력 전투기인 젠(殲)-10을 이곳으로 발진시키자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를 띄우는 등 동북아 지역에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은 젠-10에 대응해 F-1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이에 따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뒤 중·일 양국 전투기가 처음으로 한때 공중에서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본은 ‘동중국해 중간선’ 동쪽 해상과 공중에 병력을 집결시켰다.
미·일·중 3국 간 무력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해당국들은 물러날 기세를 전혀 보이지 않아 동북아 정세는 한동안 혼미한 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미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불필요한 선동적 행위’라고 규정한 데 이어 26일 오전(현지시간) 괌 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 2대를 발진시켜 동중국해 상공을 비행토록 했다.
중국 측에 비행 계획을 사전 통보하지 않은 데서 보듯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게 일본은 물론 미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어 미국의 ‘맞받아치기’ 전략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국방부는 27일 미국 B-52 폭격기가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한 데 대해 “관련 공역을 유효하게 통제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필요하면 무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전날 오전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미사일 구축함 등과 편대를 이뤄 남중국해로 훈련 항해를 떠나도록 하면서 북해함대 모 비행단 소속 젠-10 전투기 등을 동중국해 상공으로 발진시켰다. 해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무력시위를 벌인 셈이다.
일본은 오키나와 나하(那覇) 기지에서 F-15 전투기를 발진시켜 대응 비행토록 했다. 또 25일부터 동경 125도30분에 위치한 ‘동중국해 중간선’ 동쪽 해역에 항공자위대 전자정찰기, 해상보안청 대형 순찰함을 파견하는 등 병력을 집결시켰다.
BBC 중문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역 정세를 오판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국제전략연구소의 한 연구원을 인용해 분석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 포럼에서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이미 어려운 (동북아시아 지역 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이날 재일본 미국상공회의소와 미·일협회 공동 주최로 도쿄에서 열린 오찬 강연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동중국해의 안전을 해치고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공개 비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