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협의체 사실상 불발] “개혁특위만 받을 수도 없고…” 뾰족한 수 없는 민주당
입력 2013-11-27 17:44
‘4인 협의체’ 카드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여야 지도부 간 대화 채널을 통해 정국 돌파의 접점을 찾아보려 했으나 일단 실패했다. 당분간 법안 및 예산안을 논의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특검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다른 카드가 없다”며 “28일 열리는 새누리당 의총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4인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내심 새누리당 중진 그룹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4인 협의체를 통한 특검 논의 불가’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당 지도부가 특검을 포기하고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만 수용할 상황은 못 된다. ‘양특’을 관철시키라는 당내 강경파와 재야세력의 요구가 높아 만일 김한길 대표가 특검을 포기할 경우 당 대표직을 내놔야 할 판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공식적으로는 특검을 반대하고 있지만 예산안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양특’을 강도 높게 주장하면서 법안 및 예산안 심사에서는 지공책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는 오는 29일부터 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착수한 뒤 다음달 16일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3선 의원은 “각 상임위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논의하겠지만 다음 달 중순까지는 논의만 될 뿐 처리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에서 지연전술을 쓰면서 특검 논의를 관철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새누리당이 연일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검 회피를 위한 술책”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예산안 심사가 두 달 지연되고 있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지만 올해 예산안 심사는 평년보다 10여일 늦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예산안의 예결위 상정 일자는 보통 11월 중순이었다”며 “민주당은 예산과 법안을 정치적 쟁점과 연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특검이 안 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예산안 연계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