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77% 공무원 출신… YES맨으로 자리 보전 급급

입력 2013-11-27 17:28

부산시 산하 7개 공사·공단 이사장 중 6명은 모두 부산시 공무원 출신이다. 대구 역시 산하 4개 공기업의 수장 중 3명은 대구시 공무원 전력을 갖고 있다. 27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137개 공사 및 공단의 수장 중 105명(76.64%)은 해당 지자체 공무원 출신이었다. 4명 중 3명은 ‘낙하산’인 셈이다.

이렇게 임명된 지방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몸담았던 지자체와 자신을 뽑아준 지자체장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또 지자체가 자본금의 50% 이상을 출자해 세운 만큼 대주주 격인 지자체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이점을 악용해 지자체 빚을 지방공기업에 전가하고 있다. 지방공기업 전체 부채(72조5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43조5000억원은 전국 16개 도시개발공사 몫이다. 지자체가 스스로 시행했어야 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도시개발공사에 떠넘기면서 지자체 재정 부실을 숨기는 것이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라면 지방공기업이 거부하는 게 맞지만 지금처럼 지방공기업 CEO가 지자체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는 현실성 없는 얘기다. 결국 지방공기업 CEO들은 4년간의 지자체장 임기에 맞춰 ‘YES맨’ 행세를 하면서 자리를 보전하다가 지자체장 선거가 있거나 자신의 임기가 끝나면 부실은 ‘나 몰라라’ 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지방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구체적 기준 없이 지자체장의 영향력에 따라 선출되던 지방공기업의 임직원 채용절차 및 인사에 대한 기준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반발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지방공기업 낙하산 문제는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중앙공기업보다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며 “지방공기업 CEO 선출과정에서 관련 업종 전문가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