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지방교육교부금은 ‘쓰고 보는’ 쌈짓돈

입력 2013-11-27 17:28

지난해 서울 A초등학교를 포함한 21개 초·중등학교는 영화, 뮤지컬 관람 등 교직원 복지에 모두 6033만원을 썼다. 그러나 이 예산은 창의경영학교 운영예산으로 사교육 절감을 위한 사업비로 책정된 것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관내 학교의 교장과 교감에게 특별업무관리비 명목으로 월 20만원씩 모두 15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역시 업무담당자에게만 지급해야 할 수당이 부적절하게 지급된 것이다.

지난 4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사례에서 보듯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교육교부금 중 2000만원을 모교에 도서구입비 명목으로 지급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교육교부금의 과다 배정 및 부적절한 지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유아 및 초·중등교육 부문에 소요되는 예산으로 정부는 매년 내국세 총액의 20.27%와 교육세 전액을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낸다. 교부금의 96%는 일반교부금으로 용처가 정해져 있지만 매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4%는 특별교부금 명목으로 국회 승인 없이 용도를 정할 수 있다.

국세가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교육교부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초·중등학교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0∼2012년 교육교부금은 연평균 7.7% 증가한 반면 학생수는 연평균 1.4% 줄었다. 총액 면에서도 구조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교육교부금 규모가 커지다보니 ‘다 쓰고 보자’ 식으로 인센티브 지급 등 불필요한 지출도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각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자체노력수요’라는 명목으로 일선 학교 및 교사들에게 지급한 1조2264억원은 격려금 성격으로, 교육교부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체노력수요 항목 지출액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2008년 3342억원에서 지난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시·도교육청이 남는 교부금 집행을 위해 인위적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도 교육교부금 중 시설사업 부문은 매년 2조원 이상 다 쓰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시설사업비 집행률은 70%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과도한 시설비 지원은 방만한 학교 시설사업 추진으로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복지 확대로 국가 전체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교부금의 세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