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정부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지자체들 책임감이 없다
입력 2013-11-27 17:27 수정 2013-11-27 22:03
(중) 방만 운영 지자체 재정
지방자치단체의 도덕적 해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타당성을 무시한 사업 추진, 원칙 없는 예산운용이 나라 곳곳에 부채의 먹구름을 양산한다. 하지만 ‘지자체 채무 100조원 시대’에 맞닥뜨려도 긴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채 늘어도 자구노력에는 무관심=27일 지방공기업경영정보공개시스템 ‘클린아이’에 따르면 강원개발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304억300만원이다. 2009년(-224억1600만원)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338%에 달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2010년 알펜시아리조트를 완공했지만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원도가 100% 출자한 이 지방공기업의 재정상황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적자의 늪에 빠진 강원개발공사는 안전행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12년 지방공기업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경기도 화성시는 2010년도 세입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역개발협력기금, 개발부담금 등 2566억원을 부풀렸다. 또 세출예산에서도 계속사업비 653억원을 누락한 대신 당시 시장의 공약사업인 고등학교를 세우는 데 썼다. 화성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고도 923억원의 결손액이 발생하자 분식회계를 통해 2009∼2010년 283억원의 흑자가 난 것처럼 조작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위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들은 방만경영으로 부채가 늘어나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각종 복지사업 등의 정부 시책으로 재정부담이 늘어난다고 호소하지만 먹혀들지 않는 이유다. 되레 인건비와 같은 고정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지자체의 인건비는 14조9492억원으로 2008년(10조5113억원)보다 4조4379억원(29.7%)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9.2%로 지방세 증가율(5.4%)을 크게 앞질렀다.
2005년부터 지급된 ‘맞춤형 복지포인트’(1포인트=1000원) 역시 지자체 공무원들이 누리는 대표적인 복지혜택이다. 임금과는 별도로 지급되는 것으로 도서구입, 영화감상 등에 쓸 수 있다. 안행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공무원 1인당 복지포인트는 연평균 1625포인트(본청 1510포인트, 자치구 1740포인트)로 정부부처 평균(300포인트)의 5배가 넘는다. 17개 시·도(세종시 포함) 전체 평균도 896포인트로 정부부처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재정에 허덕이면서도 선심성 사업은 여전=지역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진행되는 행사나 축제 경쟁은 여전하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지자체에서 벌이는 각종 축제는 2429개나 된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984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지자체가 축제 비용으로 쓴 금액은 5조6360억원에 달한다. 지역 발전을 행사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자치단체장의 전시성 행사에 그치기 일쑤다. 정부 관계자는 “돈이 없어도 부족한 금액은 어떻게든 정부가 보전해줄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지자체에 퍼져 있다”며 “세입과 세출을 꼼꼼히 따져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중복사업으로 세금이 줄줄 새는데도 정보공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방만경영이 계속되면 지자체도 파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