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 새 産災사망자 12명 낸 현대제철
입력 2013-11-27 17:19
또 현대제철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근로자들이 죽어나가야 정신을 차릴텐가. 충남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26일 발생한 가스누출 사고는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당시 발전소의 발전시설 안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9명 중 3명만 가스 경보기를 착용하고 나머지 6명은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업장은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어려워 2명씩 교대로 작업하고 있었는데 1명은 가스 경보기가 울려 즉각 피했고, 가스 경보기를 착용하지 않은 1명은 그대로 쓰러져 숨졌다. 가스 경보기만 착용하고 있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순간의 방심이 참사를 불렀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 5월에도 전기로 보수작업을 하던 중 아르곤가스가 누출되면서 협력업체 직원 5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지난해 9월 이후 1년여 동안 감전, 추락, 질식 등 안전사고가 8건이나 발생하면서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12명이 숨졌다. 지난 5월 아르곤가스 누출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에 나서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등 모두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시정조치했다. 검찰은 원청업체인 현대제철 직원을 포함해 1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비슷한 사고가 또 터진 것을 보면 정부나 경찰·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고가 났을 때만 감독이네, 처벌이네 호들갑을 떨었을 뿐 평상시의 안전점검이나 감독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産災)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자 수는 9만여명으로 3시간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생기고, 5분에 한 명씩 다친다. 잦은 안전사고는 근로자 개개인의 방심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다.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거나 노후시설 안전관리를 등한시하면서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원청업체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최근 11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의 80%는 협력업체 직원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5월과 이번 사고 모두 협력업체 직원들이 피해를 입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사망자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지만 원청업체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영국은 2007년 산재사망 시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중대 산재사고에는 벌금 상한선을 없앤 뒤 산재사고가 줄었다. 재계는 소량의 화학물질 신고 등을 담은 환경 규제를 풀어 달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고가 잦아서야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