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비 불법어업국 될 때까지 정부는 뭐했나

입력 2013-11-27 17:16

우리나라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돼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 정부 출범 후 해양강국의 기치를 다시 내걸고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놓은 마당에 후진국이나 당하는 불법 어업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니 정부는 그동안 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서해에 진출하는 중국을 불법 조업국가라고 비난하더니 막상 우리 앞가림도 못한 것 아닌지 통렬히 반성해야 마땅하다.

예비 불법 어업국은 아무 불이익이 없지만 내년 봄 EU로부터 최종적인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되면 이 지역으로의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품 수출이 금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 초 미국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도 올라 있어 사정이 심각하다.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세계 3대 원양강국이란 지위도 날아갈 판이다.

사실 원양업계의 불법 조업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우리 선박의 불법 어업 적발 건수는 지난 3년간 무려 34건에 달한다. 남극의 보호어종인 메로를 허용량의 4배까지 잡았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위조 어업권을 사용하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국내 원양업체의 80%가 영세업체이다 보니 돈벌이에만 급급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것이다.

영세 원양업체들의 불법 조업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미 수년전부터 우리의 불법조업을 경고해온 국가나 단체들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은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처도 이해하기 어렵다. 후발 어업국인 중국도 이행한 선박위치추적장치 의무화를 왜 머뭇거렸는지 정부는 설명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생각은 하지 않고 남 타령만 하다 이런 지경에 빠진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과거 주력 수출산업이었던 원양어업은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예비 불법 어업국 지정은 우리 원양사업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국제 기준은 지키되 형편이 어려운 원양업계의 어려움은 과감하게 해소해 주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