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효겸]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뿌리뽑아야

입력 2013-11-27 17:22


일명 ‘김미영 팀장’이라는 가상인물을 처음으로 만들어 100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펼친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전화금융 사기조직을 만들어 대출사기를 벌이고 가족을 납치했다고 속이거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500여명에게서 38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조직 2대 총책을 비롯한 28명을 구속했다. ‘김미영 팀장’이라는 대출 사기 문자메시지의 실제 인물 김(여)씨와 이런 사기수법을 처음 만든 1대 총책 박씨는 각각 중국과 필리핀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구속된 총책 김씨 등은 국내에서 조직폭력배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다 알게 된 사람들을 모아 중국 칭다오의 가구공장,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 콜센터 10여 곳을 차린 뒤 합숙생활을 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연락처와 대포통장을 관리하고 인터넷, 전화회선을 통제하는 중앙센터 아래 환전팀과 콜센터별 사장, 팀장, 연락책을 뒀다. 국내에는 인출, 송금 전담팀을 두는 등 400여명이 국내외에서 기업형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희망대출금 등 정보를 미리 수집한 뒤 각 콜센터에 배분하고 콜센터에서 전화로 대출상담을 하는 척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아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보증보험료 10만원 안팎을 요구하거나 인지세, 이자공탁 등을 빌미로 돈을 가로챘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갖고 있던 현금 6000만원, 고급 수입차량, 명품 가방을 비롯해 범행에서 사용한 대포폰과 대포통장, 타인명의의 현금카드 등을 압수했다. 또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문자 발송사이트 3곳의 아이디 5개를 분석해 추가 피해 사실을 확인중이다. 곽태희 천안 동남서 수사과장은 “국내에서 현금인출책이나 통장모집책을 붙잡더라도 점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외에 있는 조직 우두머리까지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 피해 때문에 국민들이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열어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 연락을 했을 경우에는 우선 의심부터 한 후 통화를 한다. 주의를 해도 깜박 속을 수 있다. 사기단들의 수법이 너무 지능적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범죄의 뿌리를 송두리째 파헤쳐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두머리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검거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지만 수사공조를 통해서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몸체가 외국에 있더라도 모집책으로 활동하는 하부조직이 국내에 있으므로 범죄의 몸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범죄의 뿌리를 뽑아내지 못하고 밑동만 친다면 다시 새싹이 나는 때에는 수사망을 피하는 새로운 지능형 범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가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수사당국은 범죄조직의 수법에 극히 민감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의 피해의식을 감안해서라도 이 분야의 수사팀을 증원시켜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개인의 신용정보가 너무 쉽게 유출되는 우리사회의 병폐도 이 기회에 고쳐야 한다.

아울러 이런 사기단에 걸려들지 않도록 국민들도 깨어 있어야 한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무언가를 얻으려는 생각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범죄조직은 그런 유혹 사이로 스며든다. 위급한 일이 생겼다는 외부로부터의 급작스러운 통보에도 허둥거리지 말고 침착하게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효겸 대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