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간대 드라마보다 5분 먼저 시작하는 ‘응사’ 왜?
입력 2013-11-27 17:01
최근 순간 최고시청률 10.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채널 tvN의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매주 금·토 오후 8시40분에 방영된다. 지상파 8시 뉴스가 끝날 시점에 동시간대 드라마들보다 5분 먼저 시작하는 전략이다. 80분 분량도 파격적이다. 기존 케이블 드라마들이 평일 오후 11시와 자정에 집중 배치된 것을 감안하면 지상파에 맞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날린 셈이다.
tvN의 공격적인 편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9일부터 매주 금요일 ‘응사’에 이어 ‘꽃보다 할배’의 시즌 2격인 ‘꽃보다 누나’가 방송된다. 연속 편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리모콘을 계속 붙들어 두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요일 밤의 강자인 SBS ‘정글의 법칙’ 입장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꽃보다 누나’는 주로 영화 홍보 방식으로 쓰이는 티저 예고편을 통해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CJ E&M 방송홍보팀 안애미 부장은 “‘응답하라 1994’ 편성 시간이 지상파를 특별히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케이블 채널에게 금기로 인식됐던 시간대에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 ‘빠스껫 볼’ 연출을 맡은 곽정환 PD도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 조사를 보면 밤 10시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전체 시청 가구의 50%대”라며 “다소 고전하더라도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빠스껫 볼’은 지상파 드라마 편성시간대인 매주 월·화 오후 9시50분에 방영된다.
케이블 채널의 도전은 결과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비록 시즌 5가 주춤했지만 ‘슈퍼스타K’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인 ‘응사’는 그야말로 열풍이다.
다채로운 소재를 통한 탄탄한 콘텐츠가 빛을 발했고 지상파의 전형적인 편성시간대를 탈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그램 시작시간을 타 채널보다 1∼2분씩 앞당기는 눈치 보기, 분량 늘리기, 무분별한 베끼기 행태 등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는 지상파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숙제를 떠안게 됐다는 게 방송계의 시각이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