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캐스팅의 힘 ‘꽃누나’서 다시 드러난다
입력 2013-11-27 17:01
나영석(37)은 ‘스타 PD’다. 2001년 KBS에 입사해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스타골든벨’ 등을 제작하며 이름을 날렸다. ‘1박2일’로 인기의 정점을 찍으면서 2009년 한국 PD대상을 수상했다.
올 초 돌연 CJ E&M으로 이적한 그는 ‘꽃보다 할배(꽃할배)’로 실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꽃할배’에 출연했던 배우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은 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각종 CF를 섭렵했고 연기인생을 재조명받았다.
나영석이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왔다. 29일 밤 10시 첫 방송되는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꽃보다 누나(꽃누나)’가 그것. 이번에도 ‘캐스팅’과 ‘편집’의 힘으로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여행을 모티브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나 PD의 손을 거친 KBS 주말 예능 ‘1박2일’, tvN의 ‘꽃할배’ ‘꽃누나’는 모두 ‘여행’을 모티브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일상을 떠난 출연진의 가감 없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26일 서울 노고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 PD는 “남들이 못 건들 아이템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 여행이란 소재를 우려먹는 중”이라며 “여행은 인간의 본질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드러나는 작업이고 쉽게 질리지 않는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한 팀이 계속 여행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여행하는 포맷을 ‘꽃할배’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번엔 ‘꽃누나’지만 또 다른 구성으로 3탄, 4탄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유럽의 크로아티아로 10일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은 ‘꽃보다 누나’는 40∼60대의 중견 여배우들이 출연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윤여정(66), 김자옥(62), 김희애(46), 이미연(42). 이들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거라 생각했던 대중은 없었다. 이 때문에 나 PD의 강점인 ‘캐스팅의 힘’이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작에서 활약했던 짐꾼 이서진(42)에 이어 가수 이승기(26)가 이번 여행을 함께했다. 그는 ‘1박2일’을 통해 가수 이승기, 은지원(35), 배우 엄태웅(39) 등을 예능인의 반열에 올렸다.
◇“여의도 연구소?…사람에 집중할 뿐”=작품이 승승장구 하다보니 KBS에서부터 함께했던 나 PD와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 이명한 CJ E&M CP를 묶어 ‘여의도 연구소’라는 특별한 별명까지 생겼다. 신 PD는 tvN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를, 이 작가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꽃할배’ ‘꽃누나’를 했다. 이들이 만드는 작품이 모두 큰 인기를 끌면서 ‘여의도 연구소’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루머(?)가 생긴 것. 나 PD는 이에 대해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웃음).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서로의 기질과 생각이 비슷하고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다”며 “공통 관심사는 평범하고 찌질한 인간이다. 대단한 사람도 한꺼풀 벗겨내면 보통사람이고, 평범한 시민들 안에도 위대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고민하며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PD의 결정적인 힘으로 전문가들은 ‘캐스팅’과 ‘편집’을 꼽았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나 PD는 캐스팅만으로도 다른 PD들과 차이가 있다”며 “새로운 조합의 출연자들을 통해 시너지와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대중의 공감을 사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편집 작업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나타나도 잘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잘 발견하고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