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47)] “나의 시간과 재능 소외된 이웃과 나누고 싶어”

입력 2013-11-27 16:42 수정 2013-11-27 21:20


영화 ‘사랑을 말하다’ 전화성 감독

한국YWCA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제작한 영화 ‘사랑을 말하다’의 전화성 감독을 지난 14일 서울 북가좌동 씨엔티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한국YWCA 실행위원이면서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한미미 이사가 맡았다. 한 이사는 ‘특별한 세 번의 만남’을 코드로 Y영화와 전 감독의 관계를 풀어냈다.

첫번째 YWCA와의 만남

-여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이나 친지 중 YWCA 회원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어떻게 Y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2008년 지인을 통해 YWCA 전국 9만5000명의 회원을 관리하는 통합 전산시스템인 ‘민들레넷’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았습니다. 그 만남이 여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콜센터 운영 전문회사인 씨엔티테크(CNT Tech)를 설립,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질 때였습니다.”

Y와 전 감독과의 인연이 더 가깝고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회사 경영철학이 Y와 같기 때문이다. 먼저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상즉인·商卽人)이다. 또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경영철학 외에도 씨엔티테크와 Y의 공통 핵심 단어는 ‘여성’이다. 씨엔티테크 직원들은 1000명이 넘는데 이 중 70% 이상이 여성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는 여성의 시각과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노력하게 됐고, 여성단체인 Y가 더 친근하게 와 닿았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YWCA 돌봄과 살림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보니 진정한 돌봄의 정의를 배우게 됐다.

두 번째 영화와의 만남

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지금도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와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합니다.

“2001년 ‘반지의 제왕’, 2005년 ‘킹콩’, 2009년 ‘디스트릭트 9’까지 피터 잭슨 감독의 대표 작품들을 접하면서 취미로 시작했던 영화감상이 곧 영화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가 매력적인 소통의 도구임을 깨닫고 영화를 통해 사회의 약자를 대변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첫 영화가 ‘스물아홉살’인데, 어떤 내용이지요.

“2011년 3월에 ‘스물아홉살’을 개봉함으로써 영화감독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스토리의 배경은 나의 20대 삶 속에서 느꼈던 심각한 청년실업의 문제를 주인공들의 관계 속에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영화 ‘사랑을 말하다’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 영화라 생각하시는지요?

“지난해 9월 YWCA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 10 작품을 기획했는데, 그 중 첫 작품이 ‘사랑을 말하다’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사 도우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싶었어요. 세상이 요구하는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돌봄의 가치에 새로운 의미를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나영’의 시선을 통해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한 편견, 이주민 여성, 문제 등을 다뤘다. 전 감독을 비롯, 출연진의 재능 기부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수익금 전액은 Y가 지원하고 있는 평안남도 안주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분유 지원 기금에 적립됐다.

-두 번 째 영화는 어떤 내용으로 준비 중 인가요.

“우리나라 이주 여성 노동자들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족, 중국동포들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대담 형식의 다큐멘터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를 담으려고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이 변하고 조선족에 대해 바른 이해가 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통일 세대를 준비하는데 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 번째 하나님과의 만남

전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 그가 대표로 있는 씨엔티테크 빌딩 안팎에 걸려 있는 기도문이 눈길을 끌었다. 이 기도문에 담긴 감독의 철학이 궁금했다.

-회사빌딩 안팎에 기도문이 걸려있는데요. 하나님과의 만남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000년 초반 한창 벤처 붐이 일었을 때 KAIST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벤처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병역 입대 문제로 억울하게 제가 세운 회사의 경영권을 빼앗기게 되면서 몸과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고 급기야 입원까지 했습니다. 그때 담당 의사의 권유로 하나님을 알게 됐고 주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저에겐 가장 소중합니다.”

회사에 돈, 사람들까지 한번에 잃었지만 그는 새로운 가치와 삶의 목적을 주신 하나님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하나님이 주인이신 씨엔티테크도 만들게 됐다. 회사의 가치를 기독교 정신으로 정하고 ‘씨엔티테크 기도문’도 만들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이 회사에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게 하옵소서. 풍성한 물질의 복을 주시고, 그 선한 물질이 세상에 주님을 증거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되게 하옵소서.”(‘씨엔티테크 기도문’ 중에서)

세 번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자신의 시간과 재능, 물질까지 소외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전 감독. 주님은 그의 삶에 어떠한 만남을 또 허락하실지 기대된다.

한미미(한국YWCA연합회실행위원, N.E.W. 자문이사)

◇전화성 감독 약력

△1976년 서울 출생 △2001년 카이스트 전자전산학과 석사 △2003∼ 현재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2011∼현재 크리에이티브컴즈㈜ 대표이사 △2013∼현재 동국대 미래인재개발원 겸임교수 △2012년 청년기업인상 표창, 매일경제회장 △2011년 ‘신이네 가게는 왜 잘 될까?’ 출간 △2011년 영화 ‘스물아홉살’, 평창동계올림픽유치기념영화 ‘겨울냄새’ 감독 및 제작 △2012년 YWCA100주년기념영화 ‘사랑을 말하다’ 감독 및 제작 △2013∼현재 남서울대 창업지원단 벤처기업 멘토, 카이스트 E5 멘토, 한국YWCA 돌봄과살림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