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를 바꾼 한국교회史 20장면] (19) 한국교회와 녹색 환경운동

입력 2013-11-27 16:48 수정 2013-11-27 16:51


환경문제=영적문제… 이 땅의 생명 파수꾼 역할을 해와

최근 울산 태화강이 ‘죽음의 강’에서 1등급 수질을 유지하는 ‘생명의 강’으로 대변화를 가져왔다. 여기엔 정부와 울산시가 투입한 수천억원의 사업비도 한몫을 했겠지만 태화강을 사랑하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더 컸다. 특히 울산의 교회 참여가 두드러졌다. 지역 교계는 2006년부터 태화강 살리기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울산교회(정근두 목사)를 비롯한 400여 지역교회 성도들은 정기적으로 태화강 상류 선바위부터 하류의 명촌교 사이 12㎞ 주변을 물샐틈없이 청소했다. 교회의 이런 모습에 적잖은 시민들이 놀랐다. 지역 종교계에서 대규모로 태화강 청결운동에 나선 적이 없는 데다 교회 바깥일에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던 보수적인 교회에서 환경보호에 앞장선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한국 환경운동을 주도하다=한국 사회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당시 경제성장을 위한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엄청난 공해물질이 쏟아져 나왔고 공해로 인해 공장 주변 나무와 풀이 죽거나 사람들에게서 피부병이나 신경통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기독교 단체였다. 크리스천아카데미와 YWCA, YMCA, 각 교단의 여신도회 등은 공해 피해를 심각하게 보고 토론회를 열어 대안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현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전신)가 설립됐다.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가 공해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독일 선교단체인 ‘세계를 위한 빵’에서 환경운동에 써 달라며 한 해에 800만원을 보냈고 이 자금으로 연구소가 세워졌다.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은 기독교가 공해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연구소는 이듬해인 1983년 원진레이온과 온산 등 공해 피해 실태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온산 공해병을 조사하고 발표한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온산 공해병은 카드뮴 중독으로 연구소의 발표를 통해 사회문제로 처음 대두됐다. 온산공단의 공해병 사건은 한국 사회의 환경운동에 불을 댕겼다.

한국공해문제연구소는 또 84년 6월 한국교회에 ‘환경주일’ 제정을 선포했다. 환경주일은 1990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연대해 전 교단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86년에는 한국 최초로 ‘반공해 선언’을 발표했다. 반공해 선언은 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와 맞물리면서 교회가 사회 민주화까지 선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선언은 “공해는 독점, 억압, 분단의 소산이며 민주화가 공해 문제 해결의 첩경”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환경운동 조직들이 늘어났고 환경 정책도 개선됐다.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지역 환경문제도 90년대 이후 점차 개선됐다.

이후 기독교계가 주도하는 환경운동은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며 발전을 거듭했다. 2007년 12월 발생한 충남 태안 원유유출 사고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각별했다. 전체 자원봉사 참가자 80%가 기독교인들이었고 전 교회가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며 동참했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공동으로 환경 선언문을 작성했다.

2010년 발표된 ‘생명평화선언’은 한국사회 속에 생명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담론을 형성했다. 생명과 평화는 교회적 가치일 뿐 아니라 시대적 가치이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한계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가 경험하면서 생명과 평화는 더 소중하게 됐다.

◇교회로 이어진 환경운동=기독교의 대사회적 환경운동 선도는 단체나 교단을 넘어 개교회가 동참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1999년부터 환경 운동에 힘쓴 교회를 선정해 녹색교회상을 수상하고 있는데 매년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노력들이 돋보이고 있다.

제1회 녹색교회상을 수상했던 부산금곡성문교회(민영란 목사)의 경우 부산 지역의 쓰레기 소각장 건립반대운동을 펼쳐 소각장 건립을 사실상 무산시켰으며, 부산시가 쓰레기 재활용·재사용 정책을 추진하도록 유도했다. 또 환경주부대학을 열어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지역의 환경파수꾼을 양성하고 있다.

서울 봉천동의 광동교회(목사 방영철)는 2000년부터 교회 담장을 허물어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교회 마당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들어내고 흙을 깔았다. 나무를 심었고 벤치를 설치해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주말에는 생태교실을 열어 교인은 물론 지역사람들에게 녹색 감성을 일깨우고 있다. 광동교회는 자체적으로 지역사회 나무심기운동을 펼치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좋은 교회로 알려져 있다.

NCCK 생명윤리위원회 노혜민 목사는 “한국교회는 아무 기반이 없던 70∼80년대에 환경운동의 기초를 놓고 민주화를 이끌었다”며 “지금은 시민사회가 할 수 없는 종교적 차원의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자문해주신 분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박용규 총신대 신대원 교수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부총장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교수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