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공식별구역’ 관련국 설전 가열
입력 2013-11-26 23:00
중국이 동중국해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관련국들의 설전도 가열되고 있다. 중·일 간 갈등에 대만까지 미국·일본과의 공조 강화를 선언하는 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 자국 항공사가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항공기의 비행계획을 중국 민용항공총국에 제출한 데 대해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에 어떤 효력도 없다”며 “종래대로 운용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항공과 전일공은 23일과 24일 중국 측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대만과 홍콩행 항공편에 대한 사전비행계획을 중국 민용항공총국에 제출하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들 항공사가 정부 방침에 따라 비행계획 제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동중국해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일미군이 사용하는 훈련 공역과 폭격 훈련장 3곳이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됐다는 도쿄신문의 보도도 나왔다. 문제가 된 훈련 공역은 ‘오키나와 북부 훈련구역’으로 약 1만㎢의 면적 중 서쪽 끝 일부가 중국 방공식별구역과 겹친다.
린융러 대만 외교부장도 이날 입법원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해 미국, 일본과 공조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반면 중국은 일본의 대응을 일축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민간 항공기가 사전에 비행계획을 알리지 않는 등 중국 요구에 부합하지 않으면 중국은 군사력을 동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련 내용은 규정에 명확히 나와 있다”며 상황과 위협수준에 따라 상응하는 대응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를 통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중국 대륙 현관까지 와 있다며 역공을 펼쳤다. 청 대사는 히로시마대학에서 중국인 유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일부 사람들이 지역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주장하지만 중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사설 형식의 기사에서 “어떤 국가도 중국이 자기의 핵심이익과 정당한 권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외국 항공기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위법하게 진입할 경우 조기경보기와 전투기 등을 동원해 감시·저지·축출활동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