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게 된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3국 전투기 이어도 동시출격할 수도
입력 2013-11-26 22:48
일본과 중국에 이어 우리 정부도 한국 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을 이어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수중 암초인 이어도가 한·중·일 3국의 각축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방공식별구역 중첩에 따른 외교적 마찰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면서 3국의 전투기가 이어도 상공에 동시 출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어도가 카디즈에서 제외된 것은 1951년 설정 당시 6·25전쟁 중인 데다 이어도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카디즈를 설정할 때만 해도 이어도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우리 군은 나중에서야 이어도를 포함시키려고 일본과 10여 차례 협의했으나 응하지 않아 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별개의 개념으로, 국가안보 목적상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을 말한다. 하지만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면 자국의 항공기가 해당 구역에 진입할 때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우리도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타국의 항공기가 카디즈를 침범하면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침범 사실을 알리고 퇴거를 요구함과 동시에 우리 전투기가 출격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카디즈에 우리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가 포함돼 있지 않아 우리 항공기가 이어도 상공에 진입할 때는 사전에 일본에 통보해 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 측에는 사전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어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28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백승주 국방부 차관과 왕관중(王冠中)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간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후 일본과도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