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그 치열한 생존 본능… MBC 창사 52주년 특집 다큐
입력 2013-11-26 18:47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경단을 만드는 곤충으로 ‘파브르 곤충기’를 통해 잘 알려진 긴다리 소똥구리. 1970년대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90년 강원도 철원과 양구에서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MBC 창사 52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의 기다림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23년 만에 마침내 충북 제천에서 긴다리 소똥구리를 찾아냈다.
‘곤충, 위대한 본능’은 전체 동물 수의 75%를 차지하지만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했던 곤충들의 개성 넘치고 본능적인 삶을 보여준다. 찬란한 성충이 되기까지의 힘겨운 변태의 과정들, 먹으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전쟁과 공존, 종족 번식을 위한 처절한 유혹과 사랑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긴다리 소똥구리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큰 애벌레를 종족 번식을 위한 숙주로 사용하는 나나니벌과 애벌레를 위해 끝없이 파리를 잡아오는 왜코벌의 눈물겨운 모성애가 최초로 공개된다. 꿀벌과 장수말벌의 목숨을 건 사투부터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치열한 수액전쟁에 이르기까지 곤충들의 약육강식은 치열하다 못해 경이롭다.
제작진은 한반도에 사는 40여종의 곤충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총 제작비 10억, 제작기간 700일, 이동거리만 해도 서울과 부산을 167번 이동할 수 있는 6만5430㎞에 달한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빼어난 색감을 위해 초고속 촬영 카메라와 모션컨트롤 촬영, 3D 카메라 등 최첨단 장비들도 동원됐다. ‘북극의 눈물’(2008), ‘아마존의 눈물’(2009), ‘아프리카의 눈물’(2010), ‘남극의 눈물’(2011) 등 ‘지구의 눈물’ 시리즈로 시청률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진만 PD와 고혜림 작가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PD는 “4억년의 시간을 견뎌온 곤충들의 아름답지만 치열한 삶을 담았다”며 “힘들었던 촬영이 끝나고 시청자들께 선보일 시간이 다가오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눈물’ 촬영 당시 흡혈 곤충에 물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김정민 PD가 이번에는 장수말벌에 쏘여 위기를 맞을 뻔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동안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인상 깊게 봤다는 배우 이승기(26)가 내레이션을 맡은 ‘곤충, 위대한 본능’은 오는 29일과 다음 달 13일 오후 10시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