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복지 지출, 정부 4.7%P 늘 때 지자체는 25.4%P 급증

입력 2013-11-27 04:18


(상) 지자체 부담 더 커진다

재원 배분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방은 ‘2할 자치(자치 재원 20%)’에 따른 재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자체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눈을 흘기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복지 및 지역공약으로 돈 쓸 곳이 많아지면서 양측의 싸움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길 정도다. 국민일보는 정부-지자체 재원 갈등의 원인과 문제점을 짚고 해법을 모색하는 ‘정부-지자체 재정 갈등, 나라곳간 축난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복지지출 100조원 시대’의 재원 부담은 비단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요 복지 사업이 지자체가 일정부분 분담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운영되면서 지자체들이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 및 지역 공약 이행에 따른 추가 부담과 민간투자사업 확대 방침에 따른 운영비 부담이라는 ‘3중고(三重苦)’가 지자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지자체 복지지출=지자체의 복지지출은 2005년 12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0조9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복지 예산 비중도 12.0%에서 37.4%로 25.4% 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정부의 예산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2005년 23.7%에서 지난해 28.4%로 4.7% 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자체의 복지 지출 부담이 중앙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복지 국고보조사업 때문이다. 기초연금(정부 75%부담, 지자체 25%부담)처럼 대다수 국고보조사업은 지자체 재원이 함께 투입된다. 국고보조사업은 평균적으로 정부 60%, 지자체 40%의 재원으로 수행된다. 지난해 정부의 국고보조사업 예산 32조원 중 절반에 가까운 15조5000억원이 복지사업이었고, 이에 대응해 지자체는 7조4000억원을 복지에 쏟아 부어야 했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 부담금의 지속적인 증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 재정을 짓누르는 실정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김성주 연구원은 26일 “정부와 지자체 간에 재원분담 협의 없이 진행된 복지사업들이 지자체에 무거운 재정적 짐을 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복지·지역공약에 민자사업 확대까지 지자체에 줄줄이 부담=정부는 복지 및 지역공약 이행을 위한 공약 가계부를 지난 5월과 7월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추가부담금에 대한 재원 문제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보전방안 발표 이후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지방재정 정상화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TF는 현재까지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전방안에서 취득세 인하 보전액 외에도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지자체에 매년 1조5000억원의 여유 재원이 생긴다”면서 “공약 사업이 정부와 지자체 공통의 책임인 만큼 이 재원을 향후 복지재원 소요 등에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공약 이행에만 지자체에 향후 4년간 매년 4조47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종합적인 보전대책 없이 단발성 대책만을 내놓으면 제2, 제3의 무상보육 재원 논란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기초연금처럼 사실상 전국적인 복지사업은 정부가 100%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역공약 이행을 위해 부족한 재원을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로 메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 지자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로,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국고지원 민자사업으로 완공이 되어도 그에 대한 시설 운영비와 임대료는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2011년 국고지원 민자사업으로 인해 지자체가 민간운영사업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1조1226억원으로 정부(5509억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