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이맘쯤 노장들 울리는 ‘보류명단 제외’ 찬바람… 다시 뛰는 그들이 보고싶다
입력 2013-11-27 04:58
매년 겨울 프로야구계는 구단과 노장 선수들의 갈등으로 시끄럽다. 구단은 세대교체를 위해 노장들에게 은퇴를 제안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내년에도 현역으로 뛰길 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팀 공헌도가 큰 특급 스타일수록 이런 불협화음이 더욱 크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이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구단은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재계약 대상자들을 보류선수로 묶는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사실상 방출을 의미한다. KBO는 29일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할 예정이다. 이미 두산 투수 김선우(36), 한화 외야수 강동우(39), SK 투수 최영필(39), 롯데 외야수 정보명(33) 등 한때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으나 이번에 재계약이 불발된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김선우의 경우 두산 마운드의 핵심이었으나 올해 잔 부상 때문에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부진했다. 사실 두산은 최근 2차 드래프트에서도 보호 선수 40명 명단에 김선우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김선우에게 은퇴와 함께 코치 연수를 제안했으나 김선우는 이를 거절했다.
김선우를 비롯해 최영필 등 이번에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진 선수들은 대부분 계속 현역으로 뛰길 원하고 있다. 이들이 현역을 고집하는 것은 비록 올 시즌 기량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히 부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출전 기회가 줄었기 때문에 성적이 부진하다고 믿는다. 게다가 지난 몇 년 간 부진한 경우엔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은퇴 전에 납득할만한 성적을 내고 싶어한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은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2011년 롯데의 코치직 제의를 물리치고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섰다가 신생 NC에 입단해 화려하게 부활한 손민한(38)처럼 방출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이번에 한화에서 방출된 백승룡(31)은 벌써 넥센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0홈런-30도루 고지에 오른 박재홍(40)은 지난해 소속팀 SK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뒤 다른 구단을 타진하다 여의치 않자 결국 은퇴를 선택하기도 했다.
처지는 각각 다르지만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거취를 정해야 하는 노장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