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복과 비방, 한국 민주주의 이 정도인가
입력 2013-11-26 18:40
헐뜯기 중단하고 사심없는 정국 정상화 협상 서둘러야
여야간 정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론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온 나라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신부들의 일탈적 언행이 그런 분위기를 심화시켰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의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에서부터 북한의 서해도발 문제에까지 국론이 쫙 갈라지는 모습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반대편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조성되고 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과 욕구를 수렴해 국가정책을 수립해야 할 정치권이 전혀 제 기능을 못 하기에 생겨난 현상이다. 문제는 국론분열이 계속될 경우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대선 당시 지지 성향에 따라 국민 여론이 양분될 경우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전 국민을 상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야권은 건전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작금의 비정상적 상황은 결국 정치권이 풀어야 한다.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서 생겨난 현상이므로 여야 지도자들이 정치력 복원을 통해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잔뜩 감정이 실린 말싸움을 즉각 중단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대여 공세는 도를 넘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금의 문제는 집권 여당이 주장하는 종북(從北)이 아니라 종박(從朴)”이라고 규정했다. 문병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유신독재의 그림자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에 최종적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당연시하는 발언을 한 사제를 비판한 것을 이렇게 폄하하는 건 무책임하다.
새누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평도 문제의 경우 특정 사제의 발언임이 명백한데도 민주당과 한데 묶어 연일 색깔 공세를 펴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민주당이 연평도 발언에 관한한 그 사제와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는가. 여야가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는 것은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너무 심하면 협상 자체가 안 된다.
여야의 힘겨루기는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국민이 지긋지긋해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여야 모두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입이 닳도록 다짐해 놓고 이런 행태를 보인다는 건 창피한 일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사심을 버리고 나서야 할 때다. 우선 대화와 협상의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제의한 ‘4인 협의체’ 구성에 새누리당이 부정적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창구는 열어놔야 한다. 비공식 협상도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의 교착정국은 박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 새누리당의 협상력에 한계가 있고 정무수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정권 실세로 꼽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물밑에서 조정 역할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