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유택시 도입 대기 질 개선에 역행한다
입력 2013-11-26 18:34
국토교통부가 택시 업계의 경영난 완화를 위해 경유택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와 환경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28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경유택시 도입과 유가보조금 지원 등을 담은 택시발전종합대책을 논의한다. 결론부터 말해 경유택시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간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한 수도권 대기 질 개선노력에 역행한다.
먼저 경유 택시는 미세먼지(PM)와 질소산화물(NOx)을 많이 내뿜어 그렇지 않아도 중국발 스모그로 악화돼 있는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 경유차량의 배기가스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수백 가지 유해물질의 복합체인 경유차 미세먼지가 폐암 등 각종 폐질환과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LPG차는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고, 휘발유 승용차도 경유차에 비해서는 미세먼지를 거의 내뿜지 않는다. 산성비와 광화학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의 경우 경유 승용차는 LPG 승용차에 비해 50∼70배 더 배출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2009년부터 출시된 유로Ⅴ급 경유 승용차는 더 강화된 미세먼지 기준을 충족시키고,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대폭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택시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주행거리가 길고 운전 조건이 가혹해 경유차 매연저감장치(DPF)의 정상적 작동이나 내구성을 보증하기 어렵다. 또한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제2차 초미세먼지를 만들고, 탄화수소와 함께 오존(O왷)을 생성한다.
국토부와 택시업계는 경유택시 도입과 더불어 택시용 경유에 대해 버스·화물차 수준의 유가보조금(ℓ당 345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이런 보조금을 받을 명분도 불명확하지만, 현재 LPG보다 70%가량 더 비싼 경유가격을 감안할 때 이 수준의 보조금으로는 경유 택시의 경제성도 없다. 기획재정부에서는 택시업계가 일단 경유택시를 도입해 놓고, 곧 보조금 확대나 추가 면세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월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택시대중교통법안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환경단체는 국토부와 새누리당의 경유 택시 도입계획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택시의 20%인 약 5만대가 공급과잉으로 추정된다. 택시 업계의 경영합리화는 경유차 도입이나 보조금 확대와 같은 꼼수나 미봉책이 아니라 과감한 감차와 단계적인 요금인상으로 풀어야 한다. 또한 월급제 확대 시행 등으로 기사들 처우를 개선해야만 승차거부 등 불친절을 해소하고, 고급 교통수단으로서 택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